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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시선
[학문후속세대의 시선]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시선
  • 장한울
  • 승인 2020.07.07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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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려움 중 많은 부분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알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무지를 해결하고자 혹자는 이를 철학적으로 정의하고자 시도하였고, 다른 이는 수학적으로 접근하여 수식으로 표현해 보기도 하였다. 다른 어떤 것보다, 그 본질적인 문제는 결국 한 가지 불확실성에 너무나 많은 요소가 영향을 주고 그 요소들이 계속 변하여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특히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필드를 연구 대상으로 다루는 학문이 사회과학이다. 

석사과정을 시작하며 사회과학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이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이 가장 명쾌하지 않았다. 내 손으로 고생하여 얻어낸 연구결과를 근거로 미래에 대해 단정 지으려 할 때마다,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는 지도교수님은 항상 그런 내게 주의를 주셨다. 마지막 결과에 대해 언제나 한 번 더 생각하고, 겸손하고 신중하게 답변하라는 일종의 훈련이었다. 연구자가 재고 여지없이 맞는다고 생각할지라도, 99%가 신뢰도의 최대라면 나머지 1%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변수에 의해 여전히 전체는 불확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기댓값을 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모든 가능성이 균등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고 과거 값의 평균을 구해 미래에도 높은 가능성으로 이 값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또는 중윗값이나 최대․최솟값을 구하여 미래의 어떤 사건이 이 범위 내에 있을 것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언뜻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이렇게 구한 특정 값이 높은 확률로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다만 학자라면 이러한 주장을 할 때 최대 혹은 최소 범위 내에서 두루 주장을 해야지 평균만을 꼭 집어 얘기하거나 최대 또는 최솟값만이 유일한 수치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주식 및 부동산과 관련된 뉴스나 매체를 보고 있노라면 간혹 대중이 원하는 최댓값만을 얘기해 주어 이에 선동되는 것을 본다. 어떤 영역이든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주장하는 것과 불확실성에 대해 누군가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 또 다른 영감을 성경에서 얻을 수 있다. 성경의 이야기들을 보면 어떤 가능한 사건에 대해서는 종종 이상점(outlier)에 가까운 값이 제시되곤 한다. 예를 들면 유명한 ‘오병이어(五餠二魚)’ 사건만 보더라도, 일반적인 기대로는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최대 열 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성경에는 성인 남성 오천 명이 배불리 먹고도 남은 것을 담았더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 하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댓값을 넘어도 한참 넘은 무한대에 가까운 값이 나온 것이다. 이런 무한대의 값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필자는 사회과학자로 성장하고 있지만 더불어 그리스도인으로서 최대한 성경적 관점으로 사건들을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종종 모순점에 도달하게 된다. 불확실성에 대해 겸손하게 최대, 최소, 평균으로 얘기하고자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한대에 가까운 값이 발생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으니, 이 간극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론 기적을 맹신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몇몇 그리스도인들은 기적에 대한 맹신으로 현실에서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평균적인 또는 최소에 가까운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반면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평균으로 보고 최대․최소로만 현실을 재단하다 보니, 무한대의 가능성 자체를 간과하여 일견 낭만(?)이 없어 보인다. 이 두 자세의 절충점 또는 어느 한쪽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자는 개인의 삶과 학문의 세계에서 불확실성에 대해 이런 겸손하면서도 무한대에 가까운 모순적인 주장을 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신진 사회과학자로서 성실하게 노력한다면 여러 기도와 고민, 교수님들과 학문후속세대 연구자들로부터 제언을 들으며 그 생각은 결국 ‘진리의 값’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장한울 연세대학교 박사후연구원

KAIST에서 공학박사를 받았고 부동산 재무에 관심이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AI를 접목한 부동산 재무를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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