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 『신영복의 엽서』(신영복 지음, 돌베개 刊, 2003, 300쪽)
이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으로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신 교수의 글솜씨, 그림솜씨, 소박 단아한 성품은 이번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변소에서 쓰는 갱지에 또박또박 눌러 써 결기가 묻어나오는 초창기 글부터 시작해, 감옥 생활을 받아들여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주변을 성찰한다든지, 공부에 대한 생각을 넓혀나가는 모습이 시간 순으로 펼쳐진다.
▲1984년 엽서그림 © |
이 책의 내용은 한 이념적 지식인의 심경고백으로 읽기보다는, 글쓰기의 한 장르로서의 서간문학으로 읽을 때 감정이 훨씬 살아난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징역의 열가지 스무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섭씨 37도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중의 형벌입니다."
가장 유명하게 회자하는 위의 구절에 나타난 삶의 결정적 진실이나, 자식 감옥살이를 치르게한 불효를 씻으려고 국어학자인 아버지의 저서 제목을 題字하겠다고 고백하는 모습 등은 그 메시지를 전하려는 이와의 관계 속에서 끌어올려질 수 있는 상념들이고, 품격이 다스려진 글들이 아닐까 한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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