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브로 |
더구나 저자는 '초간노자', '백서노자', '왕필노자'의 비교에만 머물지 않고, '장자', '여씨춘추', '한비자', '회남자', '문자', '할관자' 등 관련된 여러 문헌의 전거를 활용하면서 현대 학자들의 갖가지 해설을 비교적 적절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백서노자'는 하나의 번역서라기보다 정당한 하나의 저술로서 손색이 없다. 원문의 느낌을 시로 표현해 번역한 것이나, 번역어 자체를 되도록 깔끔한 우리말로 풀이하고자 한 노력도 쉽게 확인된다. 이로써 우리는 '노자' 연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세 판본을 한 손에 거머쥐게 됐다.
"곽점본과 백서본의 차이에 근거할 때, 백서본은 기존의 '노자' 자료들을 바탕으로 많은 부분을 새롭게 추가해 발전시킨 것을 알 수 있다. 당대의 사상적 경향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본문 20쪽에서
다만, 저자가 '노자'를 나의 말로 말하지 못했다는 겸손이 조금 더 과감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노자 사상'과 ''노자'의 사상'을 구분하자는 시각은 노자와 '노자'의 관계를 어떻게든 긍정하려는 중국 측의 일반적 입장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미덕이 될 만하며, '백서노자'가 정치 술수화됐다고 평가하는 대목은 저자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안목을 잘 드러내준다. 그렇다면 '곽점노자', '백서노자', '왕필노자'의 사이에는 사상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을 듯한데, 이와 같은 점에 대해 저자가 너무 겸손한 자세를 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사족이겠지만 각 장의 한 쪽에 붙은 '백서노자'의 사진이 단순히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해당 장의 실제 사진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또한 적어도 비교를 위한 텍스트의 선택이라면 훼손이 심한 갑본에 비해 을본이 '백서노자'의 정본을 만들기에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그럼에도 저자의 오랜 노력의 결실로 이제 우리도 우리말로 된 '노자' 연구의 기초 텍스트를 갖게 됐다는 뿌듯함이 있다.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거침없는 저자의 말로 풀이 된 '노자'가 하루빨리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