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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의 동서남북 뮤직톡]주인공이 아니라 주도적인 사람
[김형준의 동서남북 뮤직톡]주인공이 아니라 주도적인 사람
  • 김형준
  • 승인 2020.06.30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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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톡 : 헌신하는 조연 역할

혼성합창도 조화 이뤄야 감동줄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 속 헌신적인 조연 필요
주도성 발휘해 자신과 주위 돌아봐야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라는 말이 있다. 조연을 맡은 영화배우는 혼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낸다. 결과적으로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관객들이 넘쳐난다. 흥행의 보증수표가 된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으로서 첫째,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둘째,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 셋째, 소중한 것을 먼저 생각하라, 넷째, 윈윈 방법을 생각하라, 다섯째, 먼저 이해하고 이해시켜라, 여섯째, 시너지를 추구하라, 일곱째, 끊임없이 쇄신하라는 것을 들고 있다. 여기에도 <따로 또 같이>의 개념이 적용된다. 앞의 세 가지는 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고 뒤의 세 가지는 조직의 유효성(Effectiveness)을 높이는 것이며 전체적으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행동론에 Locus of control 이론이 있다. 이는 사람에 따라 사안의 통제 (control of events), 성과 (outcome), 결과 (rewards) 등의 원인을 자기 스스로 내부적 요인 (Internals)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타인, 사물, 여건 등 외부적 요인 (Externals)으로 돌리는 경향을 말한다. 내부적 요인으로 돌리는 사람일수록 주도적인 삶을 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개진한다.

예를 들어 필자가 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특별히 뛰어난 한 제자가 있었는데 이 제자는 집안이 어려웠지만 이것이 학업에 더욱 매진하는 동인이 되었다. 집안을 일으키리라 마음먹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으며 긍정적인 태도와 밝은 표정을 지니고 있어 마침내 일류 회사에 합격하게 되었다. 

전 세계 많은 석학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상이 크게 변할 것이라 앞다투어 얘기하고 있다. 그중에서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의 다음과 같은 견해가 마음에 와닿는다. “이번 팬데믹으로 우리는 이타주의에 기초한 다른 형태의 사회를 의식하고 있는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공감과 배려, 배분, 공유를 선언하고 독창적으로 타인에게 이로운 존재가 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자연보호, 동식물 등 생태계의 중요성 등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했다면 이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음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이타주의는 인류의 삶과 관련된 모든 존재에 대한 포괄적 개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14세기 유럽 사회를 휩쓴 페스트는 르네상스를 촉발시키는 동인이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은 약 2백 년 정도 지속되는데 이 시기에 음악도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후 바로크 음악, 고전파 음악, 낭만파 음악을 여는 기반이 되었다. 이 시대에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이태리 등 각국별로 인간의 삶을 주제로 한 세속음악이 크게 발전하였으며 그중에서 16세기 이태리에서 발전한 마드리갈 음악형식은 바로크 음악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대표적인 작곡가로 몬테베르디를 들 수 있으며 오페라 음악형식을 최초로 확립하였다. 마드리갈은 무반주로 부르는 합창이 주류이며 12성부까지 확장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서양음악의 발전과정은 시대별로 크게 세 부분, 즉 <선법체계, 조성체계, 12음체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르네상스시대와 그 이전의 음악, 둘째는, 바로크시대 (바하, 헨델, 비발디 등), 고전파시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전후기 낭만파시대 (슈베르트, 슈만, 쇼팽, 멘델스존, 바그너 등) 및 국민악파시대 (시벨리우스, 그리그, 드볼작 등) 음악, 그리고 셋째는 약 20년의 짧은 기간의 무조음악 및 그 이후의 근현대 음악 (쇤베르크, 라흐마니노프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트롯트의 음악형식도 조성 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간의 감성을 크게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음악형식이 이 시기에 정립되었다. 그냥 들리는 소리와 음악으로 듣는 소리가 확연히 다른 이유는 엄격한 형식 하에 곡을 만들기 때문이며 음악의 치유 효과도 여기에 기인한다. 한 예를 들자면 박자 빠르기 기호 ‘모데라토’는 인간이 가장 편안한 상태의 심장 박동 속도를 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혼성합창을 예로 들면 여성 파트 중 높은 음정과 멜로디를 주로 담당하는 소프라노가 있고 낮은 음정의 알토가 있으며, 남성 파트 중에는 높은 음정의 테너와 낮은 음정을 담당하면서 기반을 조성하는 베이스가 있다. 네 파트 중 하나라도 빠지면 감동적인 합창이 성립되지 않는다. 소프라노와 베이스는 가장 높은 음정과 가장 낮은 음정을 각각 담당하여 외성(外聲)이라 하고 알토와 테너는 그 중간에 있어 내성(內聲)이라 부른다. 내성은 반음이 많아 음정이 까다롭고 정확하게 부르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휘자로부터 지적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음악의 성격은 내성이 결정짓는다. 예컨대 겉보기에 그럴듯한 집이라도 집안에 들어가 보아야 진면목을 알 수 있듯이 내성이 정확하게 구사되어야 그 곡의 감성을 살릴 수 있다.

조직에서도 내성처럼 힘든 일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조직 운영이 어렵다. 의료인을 위시하여 주위에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헌신적으로 조연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이 진정한 주인공이다. 주도적인 태도를 지닌 구성원이 많을수록 조직과 사회는 수준이 높아지고 선진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제부터 주도성을 발휘하여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고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김형준 경영&뮤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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