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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산지식’과 논리교육
[원로칼럼] ‘산지식’과 논리교육
  • 교수신문
  • 승인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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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02 00:00:00
한국교육의 문제점의 원인이 창조력 개발의 미흡함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 교육과 입시 정책자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의 창조력을 개발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 왔다. 대입시험은 소위 ‘죽은’ 지식을 테스트하는 사지선다형에서 ‘산’ 지식을 테스트하는 논술고사와 심층면접고사로 바뀌어 왔다. 방향은 옳게 잡았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문제의 핵심이 논리교육에 있다는 점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산’ 지식의 기초는 정작 논리적 사고력이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력 개발과 논리적인 사고력 개발은 근본적으로 같은 데도 말이다.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 ‘논리’가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논리를 ‘놀이’로 인식하려는 류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접근 방식은 ‘논리’를 단지 수수께기 풀이나 말장난으로 혼돈시켰고, 논리적 사고력 개발을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나게 했다.논리란 올바로 생각하는 방식이다. 올바로 생각하는 방식은 어떤 주장의 가정들을 검토하고, 만일 그 가정들이 참이면 반드시 그 결론도 참이어야 한다는 추론규칙 등을 다룬다. 따라서 논리는 우리가 아는 바로부터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점을 추리해 낼 수 있도록 해 주고, 우리의 주장이 어떤 근거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도출되는지, 우리의 추론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올바로 생각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의견이 맞부딪쳤을 때 어떤 점에서 서로의 의견이 다른지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합리적인 설득과 이해도 가능해진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논리적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논술고사와 심층면접고사 등을 거쳐 대학에 들어와서야 ‘논리학’을 수강할 기회를 갖는다. 이 때는 창조력 개발이 중요한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시절이 이미 끝난 연후가 아닌가. 그러나 나는 교과목을 추가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언제나 하나의 독립된 교과목과 시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학생들은 국어나 수학, 역사공부 등을 할 때 모두 언제나 ‘넓은 의미의 논리’를 함께 배운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과목들이 각각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교사들은 그 많은 내용을 모두 가르쳐야 하고, 거기에다 수업시간은 불충분하고, 잡무도 많이 처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교과목의 수업은 시간에 쫓겨 ‘넓은 의미의 논리’를 함께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한다. 수업은 일방통행식의 주입교육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들은 많은 대화를 나누고 토론을 활성화시키고 글도 많이 쓰고 발표도 많이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교과목에 담는 내용을 줄이고, 어떤 교과목들은 통합을 시도하여 과목 숫자도 줄여야 한다. 대체적인 교과목의 주목표가 관련내용을 이해시키는 것 이외에 올바로 생각하는 방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넓은 의미의 논리’ 수업이라는 사실이 교육현장에서 인지될 때 비로소 ‘산’ 교육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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