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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의 씨네로그] 모든 건 시간문제다
[정재형의 씨네로그] 모든 건 시간문제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06.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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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을 사는 우리는 모두 시간여행자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을 보여준 영화 <어바웃 타임 About Time>(2013)은 우리가 시시각각 실수를 하는 존재임을 각성시킨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인격도야는 시작된다. 자신이 실수하지 않는다고 우기는 순간부터 인간은 타락하기 시작한다. 실수가 영화처럼 교정되진 않지만 그걸 만회할 시간은 항상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영화의 주인공 팀은 젊은 변호사다. 50에 정년퇴임한 아버지와 팀은 가족 내의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다. 그 집안의 가부장 혈통은 시간 이동을 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미혼인 팀은 오로지 사랑에만 관심이 있다. 시간 여행을 통해 여자의 취향에 맞춰 메리와 도킹에 성공한 팀은 결혼하고 애를 낳는다.

영화가 말하는 주제는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실패한 소망을 성공한 스토리로 변경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행복한 현실이 지속될 경우 더 이상 시간 여행이 필요 없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과거의 잘못을 교정하는 시간 여행은 오로지 현실에서 실패한 사람에게만 필요하다. 메리와의 결혼 생활 속에서 행복을 느낀 팀은 시간 여행이 필요 없음을 깨닫는다.

그와 유일하게 비밀을 공유했던 아버지가 암에 걸린다. 아버지와의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게 된 팀은 시간 여행이 죽음을 구원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시간 여행은 마치 우주의 원리처럼 작용한다. 탄생과 죽음은 적용이 안 되고 오직 일상의 실수만을 교정할 수 있을 뿐이다. 실수를 교정하는 시간 여행은 마치 평범한 인생의 교훈처럼 다가온다. 오늘 실수하는 인간은 과거로 돌아가지 못해도 그 실수를 바탕으로 내일 더 나은 인간으로 나아간다.

반성하는 존재. 그게 바로 인간임을 깨닫게 한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고쳐가며 사는 게 인간이다.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인간은 완벽한 게 아니라 오히려 위선적이며 비인간적이란 사실이다. 인생이란 정해진 시간이고 실수하는 인간이 조금씩 나아지려면 그만큼 시간이 소중해진다. 인간이 올바르게 사는 문제는 오로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사랑하는 아내 메리는 작가의 글을 읽고 코멘트해 주는 출판사 직원이다. 파티에 입고 갈 옷을 바꿔 입으며 팀의 의견을 묻는 장면이 있다. 처음엔 파란색 드레스로 시작했다. 메리는 우울한 색이고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팀도 메리의 생각에 동의해 퇴짜를 놓았다. 열 벌이상 옷을 바꿔 입었다. 그때마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고 팀은 메리의 생각에 동조해 계속 퇴짜를 놓았다. 마침내 처음의 파란색 드레스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메리는 가장 무난하고 괜찮다고 말했다. 그에 동의한 팀 역시 훌륭한 선택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메리는 남편의 판단에 고무되며 흡족한 선택을 마무리한다. 참 부조리하고 어처구니없다. 그 옷은 맨 처음 퇴짜 놓은 옷이었으니까.

사랑이란 무엇인가. 어처구니없어도 오래 참고 짜증 내지 않는 일이다. 부부 혹은 짝이란 무엇인가. 부족하고 한심해도 칭찬해 주고 긍정해 주고 동의해 주는 존재다. 서로가 마찬가지 입장이다. 서로가 그렇다. 처음 보자마자 블루 드레스로 단박에 결정하는 현명한 부부는 이 세상에 없다. 변덕이 난장을 치는 무수한 시간이 흘러야만 한다. 인생의 지혜는 경험에서 온다. 경험은 일정 정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경험은 시간이고 인생의 지혜는 시간에서 나온다. 고로 사랑은 시간문제다. 어떻게 시간을 쓰고, 보내고, 견디느냐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주어진 일상을 깊이 음미하고 감정을 표출하라고 말한다. 무덤덤하게 일상을 지내지 말고 흠뻑 느끼고 찬양하라. 그러면 사는 동안 충분히 느끼고 감동했으므로 죽음의 순간에도 더 이상 슬프지 않으리라.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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