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30 00:20 (토)
[김병수 연세대 화학과 교수] A4 용지로 오염물질 분리 가능해진다
[김병수 연세대 화학과 교수] A4 용지로 오염물질 분리 가능해진다
  • 장성환
  • 승인 2020.06.24 17: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똑똑 교수의 방 20

A4 용지가 셀룰로스 함량 높다는 점 이용
산과 염기로 처리해 셀룰로스 막 만들어
접근 방법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활용 가능

시중에서 흔히 쓰이는 일반 A4 용지에 간단하게 화학적 처리를 해 기름이나 중금속 등 다양한 물질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다용도 셀룰로스 막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만들어졌다.

연세대 화학과 김병수 교수(사진) 연구팀은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A4 용지가 셀룰로스 함량이 높은 소재라는 점에서 착안해 A4 용지를 산과 염기로 처리함으로써 다양한 물질을 분리하는 다용도 셀룰로스 막을 만들었다.

셀룰로스는 고등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는 주성분이자 자연계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다당류 유기화합물로 섬유소(纖維素)라고도 한다. 종이는 이러한 셀룰로스와 탄산칼슘(CaCO₃)에 다양한 첨가물질을 더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셀룰로스는 미세한 구멍이 많은 다공성 망을 형태로 종이의 기본 구조를 이루고, 15% 정도를 차지하는 탄산칼슘은 A4 용지가 흰 광택이 나게끔 해줄 뿐만 아니라 물리적 강도까지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김 교수 연구팀은 A4 용지가 가장 흔한 셀룰로스 기반의 복합재료라는 점에 주목해 이를 이용한 다목적 셀룰로스 막을 만드는 연구에 착수했다.

먼저 A4 용지를 산으로 처리해 탄산칼슘을 녹여냄으로써 친수성(hydrophilic,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는 성질)을 띤 셀룰로스 막만 남도록 했다. 탄산칼슘은 조개껍질의 주성분으로 산성 물질을 만나면 분해된다.

이어 셀룰로스 막을 염기로 처리해 셀룰로스 표면에 다양한 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작용기(alkoxide, -O-) 상태로 만들고 이곳에 소수성(hydrophobic,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지 않는 성질)을 띤 물질을 붙였다. 

연구팀은 산·염기로 처리해 친수성을 띤 셀룰로스 막은 물-기름(헥산)을 섞은 혼합용액 분리 실험에서 물만 통과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셀룰로스 표면에 소수성 물질을 붙인 막은 물-기름 혼합용액 중 기름만 통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수성을 띤 셀룰로스 막으로 학알을 접어 물-기름 혼합용액에 넣은 결과 학알의 내부로 기름만 흡수됐다.

김 교수는 "일반 종이로 만든 셀룰로스 막의 표면처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목적의 분리막이 될 수 있다"며 "소수성 물질 대신 항균성 재료나 분자를 붙이면 항박테리아성 분리막이 되고, 중금속 입자를 흡착하는 물질로 표면처리를 하면 중금속 분리막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표면 처리하는 분자의 종류와 종이접기 등의 접근 방법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일반 A4 용지처럼 일상생활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재료들도 어떻게 접근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화학회(ACS) 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게재됐다.

장성환 기자 gijahwan90@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