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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류학자 김보희 교수 “방탄소년단과 소비에트 시대 고려인은 온고지신의 모범적 사례”
음악인류학자 김보희 교수 “방탄소년단과 소비에트 시대 고려인은 온고지신의 모범적 사례”
  • 장혜승
  • 승인 2020.06.25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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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희 교수
김보희 교수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가 어거스트 디(Agust D)란 활동명으로 지난달 22일 발매한 믹스테이프 ‘D-2’의 타이틀곡 ‘대취타’는 대중음악과 전통음악의 세련된 접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발매곡들에서도 삼고무, 부채춤 등 전통춤을 접목시키는 등 온고지신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과거 우리 역사에도 존재해왔다. 한국 민요를 소련 사회의 맥락에 맞게 전승해 한국 민족음악의 전통을 새로운 차원으로 계승한 소비에트 시대 고려인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소비에트 시대 고려인(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한인교포를 일컫는 말) 소인예술단의 음악활동', ‘한인 디아스포라 아리랑의 원형과 파생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통해 디아스포라 음악에 천착해온 연세대학교 국제학부 김보희 외래교수를 24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려인들이 부르는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궁금합니다.

"고려인들은 아리랑, 도라지, 늴리리야 등의 민요를 주로 불렀습니다. 또 창작가요가 많이 발전해서 신문에 발표된 것만 140여 곡이 있을 정도예요. 고려인들의 노래를 분석해보면 민요 30%, 창가 40%, 창작가요 30% 정도로 볼 수 있죠."

-많은 해외동포 중 고려인, 그것도 소비에트 시대라는 특정 시대 고려인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사학위 주제인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 음악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미국 유학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와이에서 만난 미국 동포들은 옛 노래를 많이 부르질 않더군요. 오히려 미국인이 학원을 세워서 한국 춤을 가르치고 있을 정도였어요. 2000년에 중앙아시아를 가니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고려인 2~3세대들이 우리 민요를 기억하고 부르고 있었어요. 알고 보니 미국 동포들은 주류 문화에 끼고 싶어서 영어도 잘하고 서양음악도 잘하려고 하다 보니 한국 전통 문화를 잊어버리고 살았던 거고 고려인들은 변방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면서 전통 문화를 지킬 수 있었던 거죠.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음악 활동에 관한 현지 학술답사를 하면서 많은 학술자료를 발굴하게 되었고 민요를 보존하는 고려인들의 역사적 배경과 노래까지 연구하게 되면서 제 전공인 음악인류학적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지난 2월 카자흐스탄 알마티 고려인 교육원에 모인 소인예술단. 김보희 교수 제공
지난 2월 카자흐스탄 알마티 고려인 교육원에 모인 소인예술단. 김보희 교수 제공


-저서이자 박사학위 논문 '소비에트 시대 고려인 소인예술단의 음악활동'에서 고려인 소인예술단의 음악활동이 수평적으로는 한국 민요의 지평을 소련으로 확대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려인 사회에서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비직업적 예술집단인 소인예술단에서 대중적으로 불렀던 가요, 한국 전통민요가 발전해 고려인들의 창작가요로 새롭게 확대 재생산된 것을 말합니다. 고려인 작곡가인 박영진 선생님은 서양교향곡, 실내악곡, 대중가요를 작곡했고 김 윅또르와 같은 작곡가는 민요의 선율로 대중가요를 작곡했습니다. 해외에서 창작된 노래 중에서 한국 전통선율을 기초로 한 노래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사실은 역사적으로 조선 시대 이후 최초일 것입니다.”

-고려인 3~4세들이 한민족 전통문화의 뿌리를 배우기 위해 모국 방문을 열망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한국어도 할 줄 모르는 그들이 한국노래를 듣고 배우며 전해 내려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어를 몰라도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따라부르면 한민족의 문화와 만나게 됩니다. 노래 안에는 박자와 선율 중에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와 같은 음악적 기호가 내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민족은 장례식, 농사일, 어부일을 할 때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러한 일상적인 노래들은 우리 민족의 언어와 생활관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에 사는 한인들은 100개 이상의 다른 민족들과 외국에서 살면서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려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의 정체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고려인 1-2세대는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3-4세대 구소련의 문화동화정책으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했습니다. 4-5세대 고려인들은 1990년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정책)으로 인해 모국과 더욱 가까운 교류를 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길 원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한글을 못 읽어도 러시아로 한글 발음으로 표기하며 노래를 전승하고 있습니다.”

-700만 해외동포가 흩어져 사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 등 각 나라에서 한민족의 음악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하셨는데 음악이 흩어져 사는 한민족에게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시는지요. 

”음악은 한글을 통해, 한글은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해왔습니다. 전 세계 750만의 동포들이 한글로 노래를 통해 수월하게 문화를 이해하고 가사의 의미를 전달할 뿐 아니라 통일된 일체성을 갖게 됩니다. 해외동포는 육체적으로 고국과 떨어져 살고 있지만 그들의 말과 노래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왔습니다. 음악은 정체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방탄소년단 슈가의 신곡 '대취타' 뮤직비디오 캡쳐
방탄소년단 슈가의 신곡 '대취타' 뮤직비디오 캡쳐

-서양음악 작곡가임에도 국악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방탄소년단 슈가의 대취타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에 대해 전통의 틀 안에 갇혀 있던 한국인들이 국악의 소통력에 대해 깨달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좁은 관객층을 벗어나지 못했던 국악계가 전통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탄소년단의 '아이돌'에서 부채춤, 사자춤, 처용무 등의 전통춤이 나오는데 케이팝이 그동안 외국 가요를 흉내내던 것에서 벗어나 전통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그룹들과 달랐다고 생각해요. 대취타 뮤직비디오도 임금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스토리텔링한 것이 상당히 신선하고 온고지신의 성공한 예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1910년대 이후 혁명가요부터 광복군가까지 독립운동 가요들을 조금 더 연구할 계획입니다. 2000년대 채록한 고려인들의 노래를 3권의 책으로 엮어서 정리하는 것도 목표입니다. 당나라 시대부터의 고대음악이론을 소개한 15세기 악학궤범이 있는데 실제로 당나라 음악이 고구려음악과 어떻게 관련돼있는지를 밝혀서 우리 민족의 고대 악률을 연구하는 게 3번째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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