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15 14:30 (수)
[딸깍발이] 온라인 수업의 학기말 풍경
[딸깍발이] 온라인 수업의 학기말 풍경
  • 교수신문
  • 승인 2020.06.24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급작스레 시작된 온라인 학기가 끝나가고 있다. 기말고사와 성적평가만을 남겨둔 시점이다. 처음으로 온라인으로만 진행된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무탈하게 지났다는 안도감이 먼저 드는 학기말이다. 최근 학생들이 온라인 시험에 부정행위를 모의하고 단체 채팅방을 활용해 정답을 공유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한편 비대면 시험을 앞둔 교수들을 위해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주제로 교수학습센터의 온라인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을 실제 만나지 못한 채 이루어진 온라인 수업을 돌아보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와 대학교육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학기말이다.

학교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 때문에 방역이 교육보다 우선되었다. 교내외 프로그램이 유예되었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학교 도서관과 학생회관의 문이 닫히고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부분의 생활이 언택트화 되면서 학교에 한 번도 오지 않은 채 이번 학기를 마감하는 학생도 있었다. 온라인 수업의 확대는 새로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 간의 편차를 드러냈다. 조용한 개인 연구실이 없는 강사들은 온라인 수업 운영의 부담이 가중되었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더라도 컴퓨터 화면을 통해 얼굴만 확인할 수 있기에 한 학생을 온전히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처럼 오프라인 강의실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노출되었다.

차량에 탄 운전자가 식별할 수 없는 사각지대(blind spot)가 존재한다.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다가온 온라인 교육은 우리의 수업 현장을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온라인 시험에서 정직하지 않게 학점을 얻으려는 학생들의 모습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결과 중심의 한국 교육의 민낯이었다. 정답이 있는 시험을 치를 경우 무감독으로 진행되기에 학생들의 정직성에만 호소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온라인상에서 학생들의 수행을 평가하고 학습활동을 점수화하는 작업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어렵다. 

몇몇 학생들은 학교에 나가지 않고도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따로 또 같이’ 온라인 수업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다함께’ 하는 수업이 진행되길 소망하였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수업과 학점에만 있지 않다. 하버드대 헤리 루이스 교수의 말처럼, “학생들이 대학 문을 들어섰을 때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으로 대학 문을 나서게” 하는 교육이 되려면 캠퍼스 곳곳이 배움의 현장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이 성적표의 숫자에 연연하지 않도록 자신을 성찰하고 스스로를 키워가는 과정 중심의 평가여야 한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온라인 교육에서도 학생들을 깊은 배움으로 이끄는 초대장이 필요하다. 컴퓨터 화면으로 만난 교수와 동료들이지만 서로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일은 중요하다. 명시적 커리큘럼 이외에 교수와 학생, 동료, 선후배와의 깊은 상호작용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성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학생 스스로 읽고 쓰고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을 체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과 평가방식이 요구된다. 온라인 수업의 장단점을 분석하면서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을 반영하여 ‘제대로’ 된 교육과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교육을 학생들이 학교에서 축적한 지식을 조작하는 법을 가르치는 행위로 축소하고 있다.” 파커 J 파머(Parker J. Palmer)와 아서 자이언스(Arthur Zajonc)는 '대학의 영혼'에서 말한다. “온전하게 발달한 인간을 길러낼 수 있다면 뛰어난 업적을 내는 훌륭한 시민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강조한다. 결국 교육의 목표는 전 생애에 걸친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학생들에게 탐구와 성찰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적 성취만이 아니라 인간 경험을 구성하는 정서적, 도덕적 영역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대학은 무엇보다 온전한 ‘인간’을 키우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