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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 운동에, 혈서까지...코로나19가 바꿔놓은 2020 상반기 대학가 풍경
등록금 반환 운동에, 혈서까지...코로나19가 바꿔놓은 2020 상반기 대학가 풍경
  • 장혜승
  • 승인 2020.06.2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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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학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성적평가제도 개선,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하기 위해 연세인 총궐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학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성적평가제도 개선,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하기 위해 연세인 총궐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에서 대학도 자유로울 순 없었다.

1학기 전체 비대면 강의로 시작한 코로나19발 전인미답의 세상은 대학이 무엇인지를 따져 묻는 대학 등록금 반환 운동으로 번지며 새로운 지형을 그리고 있다. 온라인 강의부터 온라인 시험 집단 부정행위, 혈서가 등장한 최근의 대학 등록금 반환 운동까지 올해 상반기 대학가 풍경을 5가지 장면으로 정리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온라인 강의 시작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부분의 대학들은 2020학년도 1학기 개강 이후 약 2주 동안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온라인 강의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서울대학교와 서강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는 부랴부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기도 했다. 3월 중순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3월 19일 대학 중 처음으로 UNIST(울산과학기술원)가 1학기 온라인 강의 전면 실시 방침을 밝혔다. 이후 4월 1일, 서울권 대학 중 처음으로 이화여대도 1학기 온라인 강의 대열에 동참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성균관대학교는 확산세가 잠잠해질 때까지 무기한 원격 강의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태원발 감염 쇼크…1학기 전체 온라인 강의 실시

잠잠해질 것처럼 보이던 코로나19가 5월 연휴 때 이태원 클럽발 쇼크로 재확산하자 대다수 대학들은 1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대학들은 실험·실습·실기강의를 대상으로 대면수업을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었지만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로 대면 강의를 전면 연기하면서 ‘코로나 안정시까지’ 또는 ‘1학기 전체’ 온라인 강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 기준 193개 4년제 대학 중 '1학기 전체 온라인 수업'인 대학이 80개교(41.5%), '코로나 안정 시까지 온라인 수업'인 대학이 85개교(44.0%)로 전체 4년제 대학의 85.5%가 이번 학기에 온라인 수업을 했다.

대학가의 민낯…온라인 시험 집단부정행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학들이 기말고사를 온라인 시험으로 치르면서 대학가에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23일 고려대에 따르면 국제학부에서 경제학개론 과목 온라인 중간고사에서 학생 3명이 부정행위가 적발돼 F학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의 한 법학 과목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는 카카오톡채팅방을 통해 일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모의한 것이 드러났다. 앞서 치러진 이 과목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들이 시험 문제가 공개되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판례를 찾아주고 속기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8일 온라인으로 치러진 한국외대 교양과목 기말고사에서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정답이 수강생들 사이에 공유됐다. 7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채팅방은 부정행위 논란이 불거진 뒤 '폭파(대화방을 모두 나감)'돼 몇 명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대학이란 무엇인가…혈서까지 등장한 등록금 반환 운동

온라인 수업으로만 강의가 진행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가 전국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한 대학생 단체가 각 대학들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낼 계획을 밝힌 가운데 경북 경산지역 대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경산에서 교육부가 있는 세종시까지 200km를 도보행진하기도 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22일, '등록금 반환,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위한 이화인 긴급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선택적 패스제는 교수가 부여한 성적을 수용할지, 아니면 '패스(통과)'로 처리할지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여럿 적발되자 학생들이 상대평가에 반대하며 내놓은 대안이다. 연세대 총학생회도 지난주 궐기대회를 연 데 이어 22일부터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6일 한양대에선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학생들에게 한 교수가 "비대면 시험을 원하면 학생들에게 혈서라도 받아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실제 일부 학생은 '등록금 반환', '대면시험 반대' 혈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등록금 반환, 추경 반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등록금 반환, 추경 반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등록금 일부 반환 결정한 건국대…고민 깊어지는 당정청

대부분의 대학들이 등록금 환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건국대가 지난 15일 1학기 재학생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2학기 등록금을 '고지 감면' 방식으로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등록금 문제의 해법으로 대학의 자구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이 먼저 등록금을 감면하거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대책을 내놓으면 이에 따른 재정 지원을 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은 학생들에게 재난지원금처럼 '현금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는 방향으로 조만간 당의 의견을 확정할 방침이다. 2학기 등록금을 감면하는 대학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는 등록금 환불 문제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며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학의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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