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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독립선언, 평생학습 (정민승, 살림터)
배움의 독립선언, 평생학습 (정민승, 살림터)
  • 교수신문
  • 승인 2020.06.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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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학습, 소외된 배움들이
평생학습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만나다
정민승, 평생학습
정민승, 평생학습

 

학습자의 편에서, 배움의 시각으로

어떻게 알곡을 키울 것인가

배움이라는 내면의 보석에 주목하자

자기만의 지식 가꾸는 평생학습사회

 

이 책은 평생교육의 기본 이념과 원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우리 사회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하는 책이다.

평생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우리 앞에 어떤 미래가 전개될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학습에 대한 지평을 한껏 넓혀가자는 저자의 권유는, 평생교육활동가들을 위한 길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배움의 길로 들어서고자 하는 독자들의 인문학적 상상력도 풍부하게 채워줄 것이다.

“어떤 미래가 전개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선택이란 결국, 우리가 얼마나 열린 자세로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 즉 학습을 말한다. 넓어진 성찰의 공간 속, 평생학습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꽃이 이곳저곳에서 피어나, 척박한 교육의 토양을 촉촉이 적시면 좋겠다.”

학교로도 충분히 괴로웠는데 평생 공부를 하라고? 하지만 평생교육의 메시지는 그게 아니다. 학교로 인해 잃어버린 배움의 본질, 인간의 삶에 이미 녹아 있는 배움의 즐거움을 다시 찾자는 것이다. 이미 전개되고 있는 성인들의 즐거운 교육론, 안드라고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배움을 배움이라 부르자는, 배움의 추동력을 마비시키는 제도적 폭력들을 학교 밖 학습사회가 함께 제거해 보자는 제안이다.

“평생학습은 별게 아니다. 학교가 불어넣은 입시 욕망의 엔진을 잠시 멈추고, 살펴보자는 거다. 학교가 만든 습관과 체계를, 관계와 품성을 말이다.

‘평생’이라는 말을 교육 앞에 붙인 이유는, 교육이라는 말만으로는 기존의 학교교육 관행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생이라는 말을 붙이면 부모와 조부모까지 학습자로 볼 수 있다. ‘학습’이라는 말을 굳이 강조한 이유도 동일하다. 교육이라는 말을 쓰면, 자기도 모르게 가르치는 사람의 편에 서서 교육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빈둥지증후군에 시달리는 주부와 쪽방에서 사는 쓸쓸한 할아버지의 배움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교육이 학습자를 위한 것이라면, 우선 학습자의 편에서, 배움의 시각으로 응시하는 것이 옳다.”

평생학습 차원에서 바라보는 우리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우리 사회를 응시한다. 이 책은 그런 응시들의 모음이다.

“가만히 바라보는 것은, 쭉정이와 알곡을 나누는 일이다. 교사 안에는 꼰대도 있고 스승도 있다. 사랑 안에는 집착의 쏠림과 배려의 관용이 함께 존재한다. 늙어 감에는 신체의 무력함과 영적 성숙이 함께 있다. 다만 사회적 상식이 알곡을 무시했을 뿐이다. 그럼 어떻게 알곡을 키울 것인가. 외피의 안쪽을 응시하는 거다. 배우는 위치를 취하면, 상처와 두려움이 여유와 성장으로 바뀐다. ‘모르니 알고자 한다’는 입장을 취하면, ‘이미 아는’ 사실들이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평생학습이라 부른다.”

1장과 2장은 학교를 중심으로 한 우리의 교육 관행을 되짚고, 평생학습의 차원에서 그 의미를 재조명하는 글들이다. 3장과 4장은 평생학습의 렌즈로 보면, 사랑이나 노화, 일상들이 달리 보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마다 평생교육의 기본 이념과 원리가 징검다리가 되게 배치하였다.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배움에서 떠나, 새로운 배움의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교에서 떠나 일상으로 나아가고, 자신의 내면과 더불어 세계의 짜임이 바꾸는 일을 해 보야 한다. 그리고 칭찬해야 한다. 배움은 나뿐 아니라 세계를 다르게 만들어 가는 역동적인 직조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배움의 기쁨에 주목한 상당수의 성인들이 이미 소외된 학습의 경험을 떨구고 새로운 학습생태를 만들어가고 있다. 학습 동아리를 만들고, 학습 마을을 꾸리고, 학습 집단을 구성하면서, 새로운 존재를 구현하는 배움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밖 일상에서, ‘진짜 배움’의 보석을 건져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그 ‘배움이라는 내면의 보석’에 주목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답답하고 암울한 정태적 상태가 될 것 같다. 평생학습은, 손을 그리는 손, 그가 잡은 펜일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평생학습사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배움은 현재를 변화시키는 거의 유일한 활동이다. 개인이 뭔가 배우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시를 사랑하고, 자전거로 도서관을 다니며 자기 나름의, 자기만의 지식을 가꾸어나가는 장면이야말로 평생학습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사회를 이루어 가는 능동적 힘이 평생학습이다. 평생학습은 기존 문화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 상품이나 자본의 시각으로 인간을 규정하는 자기계발 담론이 기존 문화에 의한 개인의 잠식이라면, 개인의 고유성과 온전성에 주목하여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평생학습 담론은 개인에 의한 사회의 창조를 보여 준다. 삶이 학습이고 학습이 삶이 되도록 노력하는 일은, 그래서 함께 개별성을 추구하는 일이고, 사회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다.“

지은이_정민승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평생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방송통신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여성평생교육회 회장, 방송대원격교육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평생교육학회와 한국다문화교육학회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생애발달과 교육』, 『여성교육론』, 『입시는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성인학습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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