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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동덕여대의 겨울
기자수첩-동덕여대의 겨울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0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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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유급을 코앞에 두고 동덕여대 사태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강의실이 아닌 길거리에서 ‘동덕 정상화’를 외치던 교수, 학생, 직원들의 소망이 해를 넘겨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합의안 도출 과정을 보면, 동덕여대 학생 6천여명이 집단유급까지 불사하고 얻어낸 투쟁의 결과물이라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이른바 교육부가 중재자로 나선 교육부 ‘중재안’은 재단의 교비 유용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고소 취하를 전제로 하고 있다. 동덕여대 재단은 지난 9월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33억원의 교비를 유용한 것이 드러나 교육부와 동덕 구성원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그러나 조원영 전 총장은 지난 5일, 이은주 이사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이사회를 소집해 "이은주 이사장을 새 이사로 선임하고 선임된 이사들의 임기를 3년으로 줄이라"는 억지를 부렸다. 결국 막판 협상에서 '양측이 한발짝씩 양보한다'는 의미에서 교협측의 고소 취하를 유도한 것이다. 비리를 저지른 측과 이에 맞선 측이 공평하게 '한발짝'씩 양보하다니.

결국 구성원들은 고소취하를 약속하고 합의안에 서명했다. 학생들이 60여일동안 수업거부를 하며 요규한 것은 이사진 전원 퇴진과 관선이사 파견이었다. 그러나 이제 조 총장이 사퇴 직전, 선물옵션거래로 날린 20억원과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난 33억원의 유용교비에 대해서도 학내 구성원들은 재단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됏다. 물론, 교육부가 재단을 상대로 한 고소는 취하되지 않았다.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열어 학생들이 교육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의견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겨울의 길목에서 학생들이 강의실로 돌아오기 위해 치른 희생 위에 값싼 대가를 치른 비리 재단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더욱 씁쓸해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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