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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수필의 행방
한국 근대수필의 행방
  • 교수신문
  • 승인 2020.06.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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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호 지음 | 소명출판

바야흐로 ‘수필’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한 지금, 한국 수필은 정전을 필요로 한다. 한국 문인협회에 ‘수필가’로 등록된 문인만 수천 명, 일주일에도 수십 권의 수필집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건만 우리 문학계에 ‘수필’을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서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한국수필의 크고 두터운 맥을 찾아 나선다. 이은상, 김진섭, 이양하, 김동석, 양주동부터 김기림, 정지용, 이태준과 이광수까지 한국 근대수필을 형성해 온 문인들을 폭넓게 다루었다. 정전 탐색은 예외적인 동시에 선구적이고, 반시대성을 통해 새로운 시대성을 개척하려는 노력이다. 대중성을 지니면서도 그와 대결하는, 그래서 영원한 현재성을 추구한다.

이 책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국 문학사에서 그림자에 가려졌던 월납북 문인들의 중요성과 의의를 재조명했다는 점에 있다.
문예지 『상아탑』을 발행하면서 한국 수필문학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김동석, 한국 근현대문학 최초의 단행본 개인 수필집인 박승극의 『다여집』, 이태준의 단문短文의 미문체, 여러 사람의 글을 모아 당대의 문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수필기행집』과 『조선문학독본』의 내력과 의의를 상세히 소개하여 한국수필의 구석구석을 밝히고자 했다.

친일파 소설가로 악명이 높은 이광수의 『돌벼개』는 해방공간의 자연인 이광수의 고뇌가 진솔하게 드러나는 수필집으로 자신의 그릇된 과거 행위를 종교적 차원에서 참회하는 고통의 고백이다. 이것은 수필이 비非허구산문의 자성적 글쓰기라 할 때 갖는 의미를 음미하게 한다. 그리고 2007년부터 ‘춘원연구학회’가 발족하여 2017년 3월 제13회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동향과도 관련된다. 이런 사실은 그가 많은 문제작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친일의 죄로 죽어서도 죗값을 치르는, 인간 이광수와는 달리 문인 이광수의 작품을 통해 그를 재조명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는 뜻이다. 이런 점이 수필에서도 발견되기에, 또 그가 납치 도중 비명에 간 문인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이광수를 납ㆍ월북 작가와 함께 묶어 소개했다.

김동환이 엮은 『반도산하』는 조선의 명승고적 기행을 통한 장소애가 우리의 가슴을 달구는 수필집으로 독해된다. 정지용의 『문학독본』에 수록된 아름다운 수필들에는 그가 일본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뒤에는 일본어에서 몸을 홱 돌리고 다시는 일본어 시를 쓰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한국 수필의 대부인 김진섭과 이양하, 위트와 해학으로써 삶의 고통을 이겨낸 양주동과 변영로 역시 주목하여 논하였다.

평론가이자 시인인 김기림의 또한 아름답고 인간미가 넘치는 수필 역시 자세히 논설하였다. 수필이자 동시에 시라고 할 수 있는 「길」, 거의 절필 상태에서 고향 근처를 기행하며 쓴 「관북기행」 등 어머니 냄새, 누이 냄새가 나는 그의 수필이 보여주는 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소개했다. 이 밖에도 이 책은 한국수필을 풍부하게 꾸려온 다양한 문인과 문집을 통해 한국수필의 ‘정전’을 그려낸다.

한국근대수필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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