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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번역과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적 프레임
문화번역과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적 프레임
  • 교수신문
  • 승인 2020.06.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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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번역의 관점에서 접근한 주디스 버틀러의 후기작에 대한 해설서

 

문화번역과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적 프레임.
문화번역과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적 프레임.

정혜욱 / 도서출판 3

초기 버틀러, 성과 젠더에 초점 …
후기 버틀러, 젠더 너머 취약하고 위태로운 삶 주목

이 책은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1956~ )의 후기 저작을 중심으로 동시대의 문화 · 지리 · 정치의 맥락 속에서 버틀러의 문화번역의 윤리와 그 과제, 그리고 문화번역이 버틀러의 저작 속에서 어떤 의의를 갖는지 살피고, 2000년 이후 테러와 전쟁,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에 대한 주디스 버틀러의 이론적 실천적 개입을 담고 있는 후기 저작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주디스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1990)을 출판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현재에도 그녀는 주로 페미니즘이나 젠더이론가로 여겨진다.
그러나 버틀러가 ‘젠더와 성’에만 관심 있는 학자로서 생각하는 것은 그녀의 이론의 절반만을 이해하는 것이다.

버틀러는 2001년의 9/11 사태를 전후하여 반전운동뿐만 아니라, 월가를 점령하라(2011), 파리테러(2015) 등 많은 젠더를 너머서 더 큰 문화정치의 장으로 뛰어들게 되고, 문화번역을 통해 다양한 우리의 몸들이 서로 연대하고 함께 행위하면서 어떻게 좀 더 살만한 삶을 열어갈 수 있을지, 그리고 점점 더 취약해지고 위태로워져가는 우리 삶의 양태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삶의 취약성과 위태로움은 특정 젠더, 인종, 계급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몸의 취약성 역시 특정 세대나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 나이든 세대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며, 중심/주변의 이분법을 넘어 전 세계에 퍼져있다. 

우리의 삶이 더 취약하고, 더 위태로워질수록 불안과 공포, 그리고 혐오는 더 증폭한다. 우리의 삶이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처럼 변할 때, 혹은 처치 곤란한 플라스틱 쓰레기처럼 변해갈 때, 희망의 자리에는 절망과 포기가, 사랑의 자리에는 혐오가, 열정의 자리엔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

교량으로서의 번역: 번역은 “나의 상처받은 삶과 너의 상처를 이어주는 교량이다

문화다시쓰기로서의 번역: 번역은 “이 고단한 삶의 프레임을 너와 더불어 깨뜨리고 너와 함께 살만한 세상을 일구기 위한” 실천이다

이러한 절망과 포기, 혐오와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삶의 프레임들에 대한 성찰과 재번역이 필요하다. 우리 삶의 네트워크가 매끈하게 작동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상처를 받고, 상처의 결과로서 고통을 당할 때, 그래서 그 고통의 원인을 찾고자 할 때, 나 자신과 나를 에워싼 세계를 새로 번역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오늘날 “내가 나의 삶도 고달픈데 왜 어려운 이웃까지 돌보아야하는가?”라고 반문하거나, 고달픈 삶에 지쳐서 가난한 이웃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나의 어려움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나의 고달픈 삶, 나의 이 취약하고 위태로운 삶, 혹은 나의 삶의 고난과 위기가 다른 상처받은 이웃과 어떻게 이어져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우리 삶을  옥죄는 고문기구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 고단한 삶의 프레임을 너와 더불어 깨뜨리기 위하여”, 원본이라고 간주되는 화석화된 문화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번역 실천의 시작점이다.

번역이 다른 언어와 문화로 옮겨내기 위해서 원본을 깨뜨리고 분해하듯이, 우리의 살만한 삶을 위해 열려있지 않은 화석화된 문화를 깨뜨려서 우리가 더불어 살만한 공간이 창출할 수 있도록, 살만한 삶을 위한 길을 열어줄 수 있도록, 나의 몸과 너의 몸,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의 몸들의 연결과 연대를 통해 그것을  다시 쓰고 반복 실천을 통해 새로이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번역적 실천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문화번역에 대한 간략한 해설서로도, 그리고 아직 국내에서 많이 연구되지 않은 버틀러의 후기 저작에 대한 해설서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 책에서 다룬 버틀러의 후기작으로  지젝과 라클라우와의 논쟁을 담고 있는 <우연성, 헤게모니, 보편성>(2000), 윤리와 도덕이 위기에 처한 시대에 대한 자기성찰을 담고 있는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 9-11 테러와 그 이후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에 대한 진단과 비판을 담고 있는 <불확실한 삶: 애도와 폭력의 힘>(2004), <전쟁의 프레임들: 애도할 수 없는 생명>(2009), 탈랄 아사드(Talal Asad)와의 생산적 논쟁을 담고 있는 <비판은 세속적인가?: 신성모독, 상처, 그리고 자유발화>(2009), 적대적 타자와 공존을 모색하는 <갈림길들: 유대성과 시오니즘 비판>(2012), <박탈: 정치적인 것에 있어서의 수행성에 관한 대화>(2013),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소위 ‘아랍의 봄’에서부터 2011년의 ‘월가를 점령하라’ 등과 같은 대중 집회의 의미를 살핀 <집회의 수행적 이론에 관한 노트>(2015) 등이다.

정혜욱 전 신라대 교수.
정혜욱 부경대 강사

그리고, 번역학에서 말하는 번역이나 문화번역에 대해 생소한 독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1장과 2장을 할애하여 문화번역의 역사와 의미를 기술했고, 주디스 버틀러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하기 위하여 책의 마지막에 한 장을 할애해서 그녀의 주요 저작과 그녀가 사용한 난해한 용어에 대해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간략하게나마 용어해설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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