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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8] 내장과 머리까지 씹어먹어야 맛있는 생선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8] 내장과 머리까지 씹어먹어야 맛있는 생선
  • 권오길
  • 승인 2020.06.15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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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평선이
군평선이
군평선이

우연히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란 티브이 프로를 보게 되었다. 이미 춘천의 어느 중국집을 다녀갔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서울 친구가 그 집의‘중국식 냉면’이 먹음직스럽더라는 전화가 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허화백이 자기 고향인 여수의 어느 음식점에서 이름도 생소한‘군평선이’란 생선구이를 먹는 것을 보았고, 그 물고기를 알고 싶어 자료를 찾고 또 찾았다. 그런데 본 남편에게는 안 주고 숨겨뒀다가 샛서방에게만 몰래 줄만큼 맛이 좋아‘샛서방고기’라고 불린다는 그 군평선이 말이다.

군평선이(Hapalogenys mucronatus)는 농어목(目) 하스돔과(科), 꼽새돔속(屬)의 바닷물고기다. 그런데 여기서‘꼽새돔속’의‘꼽새’란‘곱사등이(척추 장애인)’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으로 척추에 장애가 있어 등이 굽고, 큰 혹 같은 것이 불룩 튀어나온 사람을 일컫는다. 그렇듯 군평선이도 등짝이 곱사등처럼 불쑥 솟아서 몸이 매우 둥글넓적한 것이 특징이다.

군평선이는 생김새도 독특하지만 이름 또한 여느 물고기와 달리 개성이 넘친다. 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 직전 여수에 전라좌수사(全羅左水使)로 부임했을 때다. 어느 날 아침에 처음 보는 생선요리가 식탁에 올랐는데 생선의 맛이 좋아 이순신장군이 놀라 시중드는 官妓(관청에 속한 기생)에게 생선이름을 물었는데 아무도 이 생선의 정확한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순신장군은 당시 시중들던 관기이름이‘평선’이라는 것을 알고서 “이제부터는 이 물고기를 평선이라고 불러라”고하여 이름이‘평선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에 구워서 먹으면 특히 맛이 좋았기에 평선이 앞에‘군(구운)’자가 붙기 시작하면서‘군평선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오게 되었다고 한다. 여수지방에선 굴비보다 더 비싸게 치는 생선이라 한다.  

군평선이(belted beard grunt)는 비쭉비쭉 솟은 거친 등지느러미가시가 특징이다. 또한 깊은 물속에 사는 놈이라 뼈가 세고 굵으며, 구워서 살을 발라내어먹어도 생선살은 별로 많지 않으나 막상 먹어보면 삼삼하고 담백하면서 감칠맛이 난다. 

그리고 군평선이는 등지느러미가시가 두껍고 단단하여 지느러미빗살이 성긴 얼레빗처럼 생겼고, 제2등지느러미는 노란색 빗살이 촘촘하여 작은 참빗처럼 생겼다. 제1등지느러미의 3번째 가시가 가장 굵고 길고, 눈은 큰 편이고 눈 사이는 약간 불룩 솟았다. 

영어권에서는 군평선이가 불만에 찬 입 모양을 하고 있다 하여 불평소리를 뜻하는‘grunt’를 쓰기도 하며, 또 턱밑에 짧은 수염이 띠처럼 빽빽하게 났다하여 보통말로‘belted beard grunt’라 부른다.

몸길이는 27cm 안팎이고, 몸높이(體高)가 아주 높고 옆으로 납작하며, 회갈색 몸바탕에 머리에서 꼬리까지 6개의 폭넓은 갈색 가로줄무늬(가로띠)가 있다. 깊은 바다에 살아서 비늘이 강하고 뼈가 단단하다.

양턱에는 미세한 이빨이 무리지어 나고, 아래턱 아래에는 수염이 밀생하고, 비공(鼻孔)은 2쌍이며, 전새개골(前鰓蓋骨,아가미뚜껑의 앞부분 뼈)의 뒤는 거칠고, 뒤로 향하는 2개의 가시가 있다. 

몸은 작고 센 빗비늘(즐린,櫛麟)로 덮여 있고, 등지느러미의 위쪽과 꼬리지느러미의 뒤 가장자리는 검으며, 꼬리지느러미는 중앙이 뾰족하게 돌출되었다. 그리고 가슴지느러미는 황색이고 배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검다. 지역에 따라 그 고향 말인 향어(鄕語)가 있어서 전남에서는 쌕쌕이, 경남에선 꾸돔으로 불린다. 

온대성어류로서 겨울철에는 수심 60~70m 전후의 소코트라(인도양북서부에 있는 예멘의 섬) 남부해역의 바다에서 지내다가 봄 되면 한국동서해안, 일본남해, 발해만, 중국해로 움직여 얕은 바다에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에 남으로 이동한다.

산란기는 4~6월로 동중국해연안으로 몰려가 알을 낳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잡히고, 소금구이․찜․조림 등으로 쓰이며, 살이 탄탄하여 횟감으로도 일품이다. 바다 바닥에 사는 갯지렁이(多毛類), 새우 등을 먹고 사는 육식어류이다.

뼈가 많은 물고기라서‘먹어도 한 접시 안 먹어도 한 접시’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따라서 군평선이는 내장까지 먹는 것이 제대로 먹는 방식이요, 魚頭肉尾라고 머리까지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이 나름 즐기는 법이란다.  비늘이 강해서 칼날이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이고 뼈가 날카롭지만 탱글탱글한 깊은 살은 뽀얗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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