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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 어위크고 딩딩한 지도자를 기대한다
논단 - 어위크고 딩딩한 지도자를 기대한다
  • 박영근 편집인 중앙대
  • 승인 200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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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들어선 지도 얼추 1년 가까이 된다. 혹시나 참여정부는 역시나 ‘나홀로 정부’로 곤두박질쳤다. 역대 정권처럼 경제체질강화-실업해결-정치개혁-교육개혁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웁벅집벅하고 있다. 외교문제에는 아예 젬뱅이다. 해외동포를 멀리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적대시 한다. 북한을 낯가림하고 일본을 따돌림하고 중국을 홀대하고 아랍국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유럽연합을 나몰라라한다. 그런데 미국에는 주눅이 들어 오금도 못쓰고 있다.   말이 좋아 참여 정부이지, 실제로는 海圖와 나침반조차 준비하지 않고 출범한 ‘나홀로 정권’이다. 노대통령은 줄곧 막말과 헛말의 장님총을 내쏟았고, 개혁 프로그램은 도마뱀꼬리를 자르는 식이었다. 또한 많은 정책들은 거대야당-거대언론-거대관료 집단들의 십자포화에 눌려 빈사상태에 빠지고 있다. 게다가 靑瓦臺에 똬리를 튼 靑蛙들의 불협화음이 뭇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고, 곁방석의 비리가 코를 찔렸다. 신뢰지수는 꽁꽁 얼어붙었다.

‘논어’ 안연편에서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공자 왈, "양식이 넉넉하고 군비가 충분하면 인민들은 나라를 믿게 될 것이다". 자공이 말했다. "부득이하게 이 세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 왈, "군비를 먼저 버려야 한다." 자공이 말했다. "부득이하게 이 두가지 중에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 왈, "양식을 버려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민들이 정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다면 나라는 제대로 설 수 없다."

신뢰를 회복하기위해서 참여정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게 있다. 빈부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빈부격차가 계층끼리 갈등의 골을 깊게 파서 ‘사회통합’에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계층간의 양극화 현상은 사회불안의 폭발적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종합적 대책이 긴요하다. 그 다음으로 여러 분야에 촘촘히 스며든 ‘부패 증후군’을 깨뜨리지 못하면 우리는 한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부패한 나라가 선진국이 된 선례가 없다. 차제에 비자금과 대선자금의 ‘몸통’을 제대로 수술하지 않으면 이른 시일 안에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터질 게 뻔하다.

이제 노대통령은 데면데면함을 떨치고 물때 썰때를 아는 지혜를 갖추어서, 어위크고 딩딩한 지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바늘구멍으로 하늘을 보는 새벽 호랑이가 되어서 나라를 벼랑끝으로 몰아서는 안된다. 우왕좌왕을 떨치고 이판사판의 갑신년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장인보의 “나라가 이지고 내 몸이 여위면, 여윈 속에 환희가 있다”는 말을 노대통령에게 선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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