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시집을 읽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이유는 첫째 몽고시의 친근함 때문이었고, 둘째는 그 시적 정서의 묘한 신선함과 매력 때문이다. 섬세하면서도 어딘가 대륙적인 서정이 가미된 시풍과 모던한 시적 자의식에 나는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 나라만큼 시와 시인이 대접받는 곳이 또 있을까. 지금까지 이런 나의 생각이 흔들린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몽고 현대 시선집'을 一讀하고 나자 몽고의 시인들이 그들에게 얼마나 사랑 받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나의 이런 생각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떤 한 비평가가 '삶에서 동떨어져 있다'고/발표한, 내 시보다/다섯 배나 많은 분량의 비평을 썼다/다시 책을 준비하며/문제를 고치자 생각했을 때/'삶의 모사(模寫)'라는/다른 한 흠을 찾아냈다/어떻게 고칠까/하루종일, 밤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나서/원래 모습 그대로/두라고 나는 내 마음속에 속삭였다"(데, 체데브, '나의 시')처럼 시적 자의식을 일상적 화법으로 진술한 시는 친숙하다 못해 마치 한국의 현대시를 읽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아니 단순히 친근함 때문만은 아니리라. 내가 놀란 것은 그들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날카로움과 정직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진정성의 결핍이 한국 현대시의 가장 위협적인 적이 된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진솔하면서도 첨예하게 날카로운 그들의 시적 자의식은 무척이나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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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신발을 통해서 한국과 한국 사람을 보고 갔다고 말하는 한 몽고 시인의 예리한 시선에 왠지 가슴이 뜨끔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 짧은 지면 때문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친근하면서도 서늘한' 몽고의 시를 읽고 얻은 묘한 이 느낌은 참으로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아주 골똘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