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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난민화되는 삶
난민 난민화되는 삶
  • 교수신문
  • 승인 2020.06.1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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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난민화되는 삶
난민 난민화되는 삶

2018년 6월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도착했다. 그 이후 한국 사회는 ‘난민’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현재, 로힝야 난민캠프를 비롯한 전 지구의 열악한 격리시설 곳곳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자본주의의 끄트머리에 있는 존재들부터 삶의 기반을 잃고 난민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난민, 난민화되는 삶』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난민화된 삶이 어떠한 방식으로 서로 연쇄되어 있는가를 보게 한다. 그리고 이 간극 혹은 한계-접점에서, 타자에게 기꺼이 자신을 개방하고 서로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어떻게 지금 여기의 삶이 저 먼 난민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가, 또 지속적으로 연결의 감각을 가질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이 책은 2018년 10월 무렵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 발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연구·활동가들이 모여 만들어낸 시공간의 압축적인 기록이다. 프로젝트 그룹 〈난민×현장〉이라는 이름은 ‘난민’과 ‘현장’을 서로 부딪쳐, 난민화되는 몸들이 놓인 상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여러 주제, 즉 난민 인권활동가가 겪는 어려움, 민족국가 바깥의 위안부 할머니들, 난민화된 병역거부(기피)자, 성소수자 난민, 항상적 난민 상태의 동물들, 전체가 드러날 수 없는 난민의 이미지 등은 그 각각의 상태들이 서로를 비추며 연결되고 사유의 그물이 된다.

〈난민×현장〉은 난민화되는 삶을 사상적·문학적·역사적으로 연구하면서 이러한 삶을 살게 하는 권력에 저항하는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아카데미 안팎의 사람들이 다양한 입장과 위치에서 첨예하게 토론하는 티치인(Teach-in) 공통장을 만들어 왔다. 이를 통해 난민혐오 속 뿌리 깊은 인종주의,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난민운동의 접점, 로힝야 난민의 고통을 듣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의 자리, 난민을 만들어내는 전쟁에 연루된 일상에 대한 인식, 금지영역을 깨뜨려 장소의 운명을 바꾸는 힘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처럼 이 책은 아카데미 안팎, 활동가와 연구자의 차이, 난민과 난민화되는 삶의 간극에서 부딪쳤던 한계-접점의 경험을 섬세하게 사유함으로써, 2018년에서 2020년까지 만들어져 온 ‘또 하나의 시공간’을 하나하나 펼쳐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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