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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 교수신문
  • 승인 2020.06.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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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 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메를로 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

신인섭 엮음 | 그린비 

이 책은 크게 세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1부는 현대미술사에서 메를로퐁티의 위치와 가치를 확인하는 내용으로, 예술철학에서 찾은 제1철학의 이념, 메를로퐁티와 그가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화가 폴 세잔 사이의 교환적 동질성, 메를로퐁티에 입각한 모던 아트(로댕, 마티스, 리쉬어 등)의 역사를 주로 다룬다. 이어지는 2부는 영국, 독일 그리고 프랑스의 독창적인, 그래서 대표적이고도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작가들(프랜시스 베이컨, 파울 클레, 앙드레 말로)을 살펴보고, 그들의 작품 혹은 사상을 해석하는 데에 메를로퐁티의 철학을 접목하는 부로 기획했다. 마지막 3부는 건축의 표피 디자인과 입체 디자인을 해석함에 메를로퐁티의 시각을 투사한다. 건축이 직접적으로 우리(살)가 닿아 있는 생활·주거공간의 토대라는 점을 비추어 본다면 메를로퐁티가 건축에 대해 이렇다 할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외일 정도인데, 따라서 여기서는 현대 건축에 있어서 디지털 파사드의 소통성과 팔라스마 건축의 감각성이 ‘살의 흐름’을 타면서 건축 표면과 건축 내면의 얽힘을 기대하게 함을 밝히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주제를 논하는 『메를로퐁티 현상학과 예술세계』의 주요하고도 독특한 관심 중 하나는 메를로퐁티의 ‘육화의 현상학’으로 의미가 분명해진 ‘세계’ 개념이다.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서 주관성이란 익명의 세계로서 존재(Etre)의 지각경험에 비해 이차적 경험에 불과하다. 즉 메를로퐁티에 따르면 우리는 의식이 만든 거리로 말미암아 부분적으로는 세계에 낯선 채, 우리 고유의 신체-존재를 통해 언제나 이미 심층에서부터 세계와 조율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메를로퐁티의 ‘세계’는 레비나스와 사르트르가 낯선 존재 “일 리 아”(Il y a)로 기술한 흉측스러움이 아니다. 우리는 감각성의 불가사의한 현전인 익명성을 우리 안에 지니기 때문에 본래적인 것은 모든 사유 이전의 ‘세계의 익명성’이요, 그 결과 주체는 오히려 후위로 밀려난다. 감각성의 이 내적 현전이야말로 예술가를 창작으로 몰아가며, 이로써 외부로 펼쳐진 작품을 통해 우리 자신도 감각적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술가의 신체는 과학이 말하는 오브제로서 몸 즉 객관적인 신체가 아니라 “시선과 운동이 부단히 교차적으로 얽히는 현상(entrelacs)”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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