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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대학가 교수 업적평가제 강화 바람
[해설] 대학가 교수 업적평가제 강화 바람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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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03 10:36:03
내년으로 다가온 계약임용제와 연봉제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에 교수 업적평가규정 개정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부가 두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담을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마련중인 가운데 각 대학도 두 제도의 기초 잣대 구실을 할 업적평가 규정 손질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 동국대, 대구대 등은 지난해 이미 규정 개정을 마무리지어 3월부터 새로운 평가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연세대도 시안을 마련해 교수들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 경희대, 이화여대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새로운 업적평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각 대학이 개정중인 교수 업적평가규정은 과거 승진·재임용 심사, 연구비 지원시 형식적으로 적용된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계약제임용과 연봉제의 기본자료로 이용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모양으로 다듬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규정이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교수들의 승진, 재계약, 연봉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개정과정에서부터 대학당국과 교수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연세대, 개정안 마련놓고 마찰
연초 업적평가규정 개정안을 마련한 연세대는 일부 내용이 독소조항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교수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안이 3차례에 걸쳐 변경되는 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의 업적평가규정 개정안 중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업적평가 결과를 교수의 호봉승급에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대학측은 “교수의 자질향상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교수들은 “자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승급까지 업적평가 점수에 따라 제한하게 되면 교수의 급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각 호봉이 정한 기본급을 중심으로 교수의 급여가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승급이 되지 않으면 급여도 오를 수 없게 된다. 대학측의 개정안에 반발해 상경대 교수들은 연구팀을 꾸려 자체적인 평가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조하연 교수(경제학과)는 “교수의 교육·연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각 학문분야별 특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 성과급을 주는 방식은 타당하지만 기본 생계비와 직결된 호봉승급에까지 업적평가결과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연세대가 업적평가 적용범위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 달리 고려대는 올해부터 업적평가결과를 호봉승급시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호봉승급을 위해 부교수 이하 교수는 한해 최소한 1백점, 교수 1호봉에서 4호봉까지는 2년간 2백점, 교수 5호봉에서 60세 미만의 교수 2년간 1백60점, 60세 이상의 교수 2년간 1백20점의 업적평가 점수를 얻어야 호봉승급이 가능하다.
지난해까지 직급별 교수별로 단계적으로 업적평가제를 도입해온 동국대도 새롭게 마련된 규정을 올해부터 모든 교수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한다. 동국대 업적평가의 특징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학과(부)-대학(원)-대학본부에 각각의 업적평가위원회를 두고 3차례에 걸쳐 심사한다는 점이다. 특히 동국대는 인문·사회·자연·의학·예체능 분야의 각종 학술지를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 ‘학술지 목록’을 만들어 연구업적 심사에 적용할 계획이다.
대구대도 올해부터 새로운 업적평가방식을 도입한다. 대구대 업적평가의 특징은 교수들이 자신의 직위에 따라 교육·연구·봉사활동의 비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예컨대 젊은 교수들은 연구활동(60%)에, 원로교수들은 교육(50%)·봉사활동(20%)에 중점을 두도록 각 영역별 반영비율에 있어 차이를 뒀다.
대체로 각 대학의 업적평가규정 개정 내용에서 눈에 띠는 것은 세부적인 평가기준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업적의 경우 강의평가, 휴강·보강 여부, 강의계획서의 충실도, 대학원 석·박사 배출학생수 등을 세부항목으로 정해 하나하나 점수를 매기고 있다. 봉사활동 역시 입시홍보 활동 차원의 고등학교 방문·특강 횟수, 기업체 방문 횟수까지 점수로 연결짓고 있다. 연구업적도 학술지의 등급을 매겨 어느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느냐에 따라, 저서도 전문·일반 학술서적, 번역서, 편저에 따라 평가점수에 달리 적용하고 있다.

세부평가기준 대폭 강화
특히 외부 연구비 수혜 실적도 연구업적의 중요한 항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인문·사회·예체능 계열은 5백만원, 자연·의학계열은 1천만원을 수혜 받으면 연구실적 100%로 인정한다. 대구대는 5천만원 이상을 연구비로 지원받을 경우 전국규모의 학회에서 학술상을 받은 것과 같은 80점의 연구업적을 인정한다.
각 대학의 업적평가규정 개정 작업은 교육부가 준비중인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이 상정되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을 통해 교육부가 업적평가제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내년도부터 계약임용제와 연봉제를 도입해야 하는 대학들로선 수개월 안에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대학들의 업적평가 강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교수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각 학문분야의 특성을 담아내지 못한 업적평가 규정은 교수의 연구력 향상보다는 신분을 옥죄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해 쓴 10편의 논문보다 10년에 걸쳐 완성한 1편의 논문이 더 값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양적 업적평가는 비켜가기 때문이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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