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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철도원 삼대
  • 교수신문
  • 승인 2020.06.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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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이 작품은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실감나게 다루고, 사료와 옛이야기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냈다. 분단된 한반도 현실을 그 누구보다 애달파하며 민족의 정체성과 한을 집요하게 묘파하고 복원해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 황석영. 세월을 거듭할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독보적인 입담과 그가 그려내는 생생한 인물들은 우리 문학사의 자랑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이 작품은 원고지 2천매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임에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실감을 주는 캐릭터로 황석영의 저력과 장편소설의 묘미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아파트 십육층 높이의 발전소 공장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이진오는 페트병 다섯개에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각각 붙여주고 그들에게 말을 걸며 굴뚝 위의 시간을 견딘다. 매섭게 춥고 긴긴 밤, 증조할머니 ‘주안댁’, 할머니 ‘신금이’, 어릴 적 동무 ‘깍새’, 금속노조 노동자 친구 ‘진기’, 크레인 농성을 버텨낸 노동자 ‘영숙’을 불러내는 동안 진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자신에게 전해진 삶의 의미를 곱씹는다. “그것은 아마도 삶은 지루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지속된다는 믿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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