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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분 안정화 기대…연구비 관리 강화
교수신분 안정화 기대…연구비 관리 강화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4.01.05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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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대학가 달라지는 것들

냉혹한 국내·외 대학 경쟁이 시작될까. 2003년이 신입생 미충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의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 해였다면, 2004년은 대학 구조조정의 결과들이 나타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있는 대학과 퇴출 위기에 놓인 대학이 선명하게 가려지는 시기인 셈이다.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 학교기업 설치 허용, 외국 교육기관 설립·운영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학들만의 복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난제와 근심거리만 눈앞에 펼쳐진 것만은 아니다.

승진기준과 업적평가가 강화되는 한편으로, 교수 재임용제에 대한 사전·사후 구제절차 마련은 재직교수의 신분을 상당부분 보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립대에 대한 감사가 강화된다는 점도 밝은 소식 가운데 하나다. 주요 쟁점별로 2004년부터 달라지는 대학가의 모습을 조망해본다.

교육부 재정지원, ‘선택과 집중’
지금까지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이 일반지원과 선별지원을 병행했다면, 2004년부터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선별지원’ 방식으로 바뀐다. 지방대의 경우, 2천2백억원이 책정된 ‘지방대학 혁신 역량 강화 사업’에 참여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 아래 지역의 거점대학으로 육성되는 대학과 달리,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대학은 학생 미충원에 따른 재정악화 등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지원 예산인 6백억원을 놓고 벌이는 수도권 대학의 치열한 각축전도 예상된다.

교육 시장 개방과 학교기업 설치
외국교육기관 설립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주국제자유도시및경제자유구역내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벌법 시행령’ 제정 등은 교육시장 개방을 본격화시킬 전망이다. 올해 도입될 이번 시행령은 제주,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에서의 외국교육기관에 대해서는 과실송금과 내국인 입학을 허용하고, 설립기준도 국내교육기관보다 완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외국 대학의 경우, 설립·운영이 자유로울 뿐 아니라, 의학계·약학계를 제외하고는 정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며, 수익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실 외국 대학 난립과 외국대학 입학 경쟁 등이 새로운 교육 난제가 되리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학생 유치를 놓고 벌이는 국내 대학간의 제로섬 게임에 외국대학도 가세한 셈.

올해 3월부터 허용되는 ‘학교기업’ 설치는 대학이 합법적으로 영리활동에 나서게 한다는 점에서 대학의 수익구조 변화를 예감케 한다. 대학들은 특정학과 교육과정과 연계해 직접 물품을 제조·가공·수선·판매하고, 용역을 제공하는 학교기업을 교내에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등록금 등 교비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교직원이나 학생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교수노조, 교육학생연대 등 교육단체들은 지난해부터 “경제·개발 논리와 함께 ‘대학의 영리기구화’, ‘교육의 시장화’를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

재임용 기간 만료 임용거부 못해
재임용 탈락에 대한 사전·사후 구제 절차가 마련돼 교수신분은 상당부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새롭게 마련한 법안에 따르면, 대학은 교육·학문 등 ‘객관적 사유’에 따라 임기가 만료된 교수의 재임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재임용 탈락이 결정됐을 경우 소명기회를 줘야 한다. 또 해당 교수는 교내재심과 교원징계재심위원회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재임용 탈락 처분에 대한 대학·법인의 책무가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더 이상 기간 만료, 학교명예 실추 등 자의적인 기준을 들이대면서 대학 맘대로 교수를 자를 수 없게 된 것.

올해에는 여교수의 학사운영 참여도 대폭 확대된다. 교육부는 지난 해 7월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대학 인사위원회에서의 여교수 참여를 의무화함에 따라, 대학인사위원회 위원 중 20% 이상을 여교수로 임명하게 할 방침이다. 여교수가 현저히 부족해 20%를 채울 수 없는 대학의 경우는 학칙으로 여교수 참여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2003년 4월 기준으로 국·공립대 인사위원회 위원 중 여성교수는 8.2%에 불과했다.

감사 참관인제 도입 사립대 감사 강화
그러나 무엇보다도 올해 가장 달라지는 점은 사립대에 대한 교육부 행정감사 시스템이 대폭 강화됐다는 부분이다. 교육부는 지난 해 11월 ‘교육인적자원부행정감사규칙’을 제정해, 감사사전예고제, 감사참관인제, 외부전문기관 위탁제 등을 전격 도입했다. 이 법령 제정으로 사립대에 대한 회계 감사는 사전에 회계서류를 외부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을 통해 검토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제도가 47%에 이르는 사립대를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했다면, 위탁제 도입은 모든 사립대에 대한 정기적 감사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립대를 세울 때 반드시 출연재산과 자금출처를 밝히고, 이사회 회의록에 출석임원이 자필 서명해야 하는 등 사립대 설립과 운영이 까다로워진 점도 예전에 비해 달라졌다. 교육부는 "각종 비위를 사전에 예방하고, 예고제를 도입해 피감사기관의 행정 편의를 고려했다"라고 밝혔다.

학·석사 통합과정 근거 마련
한편, 학·석사 통합과정 인정, 공동학위 수여 허용, 정원 자율 등 그간 묶여져 있던 각종 규제들이 풀려나 학사운영에 있어서의 대학 자율성은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고등교육법·고등교·법시행령은 ‘4년 이상의 석·박사 통합과정’에 대해 법제화했지만, 학·석사 통합과정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올 초에 교육부는 '5년 이상의 학석사 통합과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통합과정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 운영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외국대학과 교육과정 공동운영 규정’을 개정해 공동학위 수여(joint degree)도 허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대학간 협약에 따라 2개 이상의 대상에서 학위를 이수할 경우 각 대학이 별개로 주는 복수학위(dual degree)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동 명의의 학위 수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또, 제적된 학생이 모집단위별로 빈 자리가 있을 때만 재입학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모집단위 제한 없이 총 여석의 범위 내에서 재입학이 가능하도록 했다. 총 정원내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결과 미제출시 연구비 회수

이밖에 대학가에 달라지는 내용으로 △ 학문분야 평가 개선 △ 외국박사학위 신고제도 개선 △ 연구비 관리 규정 개정 등을 들 수 있다. ‘연구성과에 대한 관리 강화’라는 특징을 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도맡았던 학문분야 평가를 민간평가기구와 연계해 시행함으로써 설립별·유형별·학문분야별 특성에 맞게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정량화할 수 있는 항목들을 DB화시켜 학생·학부모·기업체 등에 공개할 예정이다.

가짜 박사학위의 범람과 비인가 박사학위 신고를 방지하기 위해 박사학위 신고요건을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교육부는 외국박사학위에 대한 제반 정보를 DB화시켜 대학·법인·교육 관계자들에게 제공, 학위의 질을 관리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학술진흥법시행령을 개정해, 연구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연구비를 전부 또는 일부 회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덧붙여 교육부는 대학의 시간강사도 연구책임자로서 연구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학술연구비 지급대상을 확대했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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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2004-01-19 04:35:01
비정규직 시강을 방치하고 착취하는 한 연구발전 및 대학교육

정상화,국제경쟁력 강화 등은 어려울 것이다.

전임교원 4만5천명 과 비정규직교원/시강 5만5천명 문제는

아무런 언급 없이 연구비 신청자격만 부여 했군!

시간강사 시절의 올챙이 시절은 망각해 버렸군요! 답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