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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忘年에서 想年으로
대학정론-忘年에서 想年으로
  • 임현진/논설위원
  • 승인 200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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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는 심사가 편지 않다. 우리 주변에 기쁜 소식 보다 슬픈 얘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신용불량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급기야 한 아버지가 경마와 도박에 돈을 잃다 정신이상이 되어 자신의 두 아이를 강물에 던져 죽이는 비정의 사건까지 났다. 어느 사회고 어두움이 밝음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아 그렇지 간난과 불행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건강성이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가는 자살율의 증가에 의해 잘 설명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자살로 죽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수자보다 많아지고 있다. OECD국가들 중 자살증가율이 제일 높다. 지난 한해만 보더라도, 생활고로 인한 가정주부와 자녀들의 동반 자살, 정경유착의 자괴감에 따른 대그룹회장의 투신 자살, 농업개방에 반대하는 농민지도자의 할복 자살, 노동현실에 절망한 노동자들의 항의 자살, 미래를 포기한 실업자들의 비관 자살, 입시로 찌든 청소년들의 연쇄 자살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G10, 소득2만불, 동북아중심국 등 요란한 정치담론에 빠져 사태의 심각성을 놓치고 있다. 자살은 개인적 행위이지만 사회적 현상이다. 여러 종류의 자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바로 사회해체의 증후이다. 도덕이나 규범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구조와 체제의 문제이다. 간단히 봐 넘길 일이 아니다.

민주화는 되었지만 기본이 안 바뀌고 있다. 승자나 패자나 반성도 참회도 없다. 우리 사회는 위고 아래고 목적을 위해서는 여전히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대선자금 불법 조성과 사용을 둘러싼 비리에 여야가 없다. 게다가 대통령 자신이 원칙과 상식을 강조하면서 수시로 반칙과 월권을 한다. 재신임 국민투표가 대표적 보기다. 오직하면 시중에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이 회자될까. 질서와 규칙이 무너지면 신뢰와 관용이 설 땅이 없다. 서로 믿지 못하는 곳에서 공공의 윤리를 발견하기 어렵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용이란 이름아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공성을 버리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집단갈등이 좋은 보기다. 

지난해 교수신문의 사자성어가 ‘右往左往’이다. 정책혼선과 국정난맥을 비꼰 것이다. 새 정부가 左顧右眄하다가 左衝右突했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인간은 시간을 발명했지만 그 노예다. 한 해가 바뀐다는 것은 서로의 약속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반성과 각오는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망년의 아쉬움을 벗고 상년의 새로움을 갖아야 한다. 여러 교수제위님들, 포기하기 보다 희망을 갈구는 갑신년을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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