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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의의 문학프리즘] 그는 왜 화가 났을까?
[심영의의 문학프리즘] 그는 왜 화가 났을까?
  • 교수신문
  • 승인 2020.06.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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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 선생의 단편 '그는 화가 났던가?'는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의 살풍경한 모습을 다루고 있다. 어둠 속으로 끝 간 데 없이 뻗어나간 고속도로를 거칠 것 없이 내달리던 버스가 무슨 까닭에서인지 급제동을 거는 바람에 승객들은 한꺼번에 소리를 내지르는 아비규환의 순간을 맞기도 한다. 공포와 불안에 빠진 승객들은 하나 둘 그에게 안전하게 운행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항의하거나 부탁하거나 애원하지만, 운전자는 어찌 된 일인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고속도로를 내달리기만 한다. 승객들은 저 사람의 운전하는 버릇이 본래 나쁘다거나 하는 저마다 진단을 내놓거나 분석을 하는데, 누군가 “혹시 저 사람이 화나는 일이라도 있었나?” 하고 중얼거리는 순간 버스 안은 일대 침묵에 휩싸인다. 혹여 그를 화나게 한 건 우리가 아닐까, 우리가 그에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일종의 죄책감이 그들을 곤혹스럽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만약 거칠고 무모한 운전을 했던 까닭이 무언가 화가 나서라면, 그 화는 또 어디로부터 발원한 것일까. 쌓인 피로를 온전하게 해소하기도 전에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것, 그렇게 해 봐야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빠듯한 수입, 그러니까 노동 강도에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 · 물질적 대가와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들, 오래되어 너무 낡은 세탁기와 김치냉장고 등을 새로 바꾸고 싶어 하는 아내와의 지난 며칠 동안의 신경의 소모,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노모에게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마음의 부채, 강남의 아파트값이 수십억 원씩 한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로또에 당첨되는 이들도 많던데 나는 왜 매번 5천 원 자리도 안 되나 하는 마음, 이런 것들, 우리가 다 알 수는 없고 안다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일상의 상념들.

서울 강북의 어느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사람은 이중 주차 문제로 다툼을 벌이던 입주민 한 사람에게 폭행과 모욕과 위협을 당하다 너무 억울하다는 심정의 짧은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경비원의 영결식이 있던 날까지도 한 마디의 사과도 없었고, 경찰 조사에서도 자신은 잘못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는 왜 화가 났을까? 협소한 주차장 탓에 매번 이중주차를 해야 하거나 그때마다 경비원과 사소한 갈등을 겪거나 그때마다 입주민인 자신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라면 잘 풀리지 않는 비즈니스가 그에게 스트레스를 주었을까.

그런데 또 그 경비원의 장례식이 있던 날인가 다른 기사에는, 물론 조그맣게 취급된 기사이기는 하나, 아파트를 출입하는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택배기사에게 아파트 경비원 두 사람이 폭력을 행사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그러니까 이는 모든 폭력이 그렇듯이 상대적 권력관계의 문제라는 것이다.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나치의 희생양이 된 유대인들을 연구하면서 이런 부작용을 ‘자전거 타기 반응(bicycling reaction)’이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강력한 서열 체계를 가진 권위주의적인 사회 구조에서 사람들은 마치 자전거를 탈 때의 자세처럼 윗사람에게는 머리를 조아리는 반면 아랫사람들은 발로 차서 뒤로 넘어뜨리기 때문이다. 대체로 불평등이 심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고 따라서 쉽게 폭력을 행사한다. 타인에 대한 폭력과 자아존중감은 서로 연결되어 서로를 갉아먹지만 뾰족한 대안도 없다. 부지런히 태권도나 그런 호신술을 익혀야 하는 걸까.

심영의 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심영의 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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