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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 한국학술단체연합회 주최 ‘한국학술용어 표준화의 원칙’
학술대회 : 한국학술단체연합회 주최 ‘한국학술용어 표준화의 원칙’
  • 송희성 서울대
  • 승인 2003.1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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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학 전문가 참여 '원칙' 모색 한걸음 더

한국학술단체연합회(회장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에서 한국학술용어 표준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중요한 준비과정으로 ‘한국학술용어 표준화의 원칙’에 관한 학술대회를 지난 22일 학진 강당에서 열었다. 이 학술행사는 학단연이 앞으로 추진할 한국학술용어 표준화 연구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마련한 한글 표준화 기초 작업을 위한 공청회를 포함하고 있었다. 학단연은 국내 5백50여개의 학회들의 모임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학회연합이다. 이런 까닭에 학제간의 연구를 하는데 매우 적합한 단체이다. 처음에는 예산의 제한으로 학단연 소속 학술단체 중에서 20여개 단체가 관련된 18개 분야의 학술용어 표준화 사업을 택하여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중요 학문분야로 확산하고 학문 분야간 폭넓은 교차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장기간의 계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 사업은 모든 학회들에 공통적으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과제이며, 첫 해의 3억원의 지원이 이러한 사업의 시작을 위한 밑거름의 역할을 할 것이며 표준화 사업에 대한 자극을 주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외적 체계 논의에서 표준화 공정 논의로 구체화

학단연 내에 있는 표준화원리기술위원회에서 용어정비와 관련한 국내 전문가를 초청해 △한글학술용어 표준화 공정 및 자료구축 모형 △한국 학술용어의 한글표기 원칙 △한국 학술용어 기본 원칙 등에 대한 의견이 발표됐으며, 질의와 토론이 있었다.

그 동안 학단연에서는 ‘한국학술용어 표준화’와 관련한 일련의 학술대회를 개최해왔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문제점과 방안을 모색하고, ‘표준화위원회’ 설치 등의 외적인 체계를 잡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학술대회는 국어학 전문가들의 참여로 학술용어의 표준화 공정의 구체적인 공정 방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였다. 한편 이 사업은 2003년 12월부터 학진의 지원으로 ‘한국 학술용어 표준화’사업을 실행하게 돼, 본격적인 사업 진행에 앞서 자료 구축 모형과 원칙을 논의할 수 있었다.

국내의 학술용어 정비 실태는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국내의 학술용어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된 용어를 한글로 번역해서 쓰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번역한 용어를 사용하거나, 개별 학자나 각 학문분야별로 독립적으로 외국어를 번역 또는 제정해 사용해 온 것이 일반적이었다. 자연과학 분야의 일부 학회에서는 학회차원의 용어통일 작업을 진행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 의견이 혼재하고 있으며, 더욱이 이들에 대한 학제 간의 논의와 조정연구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여러 분야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용어도 각 학문분야나 학자에 따라 다르게 사용됐고, 심지어는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용어가 대학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일들도 흔했다. 선진국에서는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용어 표준화 사업은 국가에서 관리할 정도로 철저히 취급되고 있으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용어표준화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없었던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뒤늦게라도 학술용어 정비사업의 기틀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용어통일의 원칙에 대한 합의 모색

이 날의 논의는 용어통일의 원칙을 찾아보는 것으로 수렴된다. 물론 이것은 용어 통일 방안을 확정하기 위한 일종의 과정이지, 확정된 원칙은 아니다. 첫 번째 발표는 신효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전산학)의 ‘한국학술용어 표준화 공정 및 자료구축 모형제안’이라는 논문이었다. 여러 분야의 학술용어를 발취하는 처음 작업은 해당분야의 전문들로 구성된 연구반을 중심으로 수행된다. 그러나 그 결과를 다른 연구자가 보고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여기에 용어들을 입력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 때 여러 원칙과 규칙이 필요하다. 신 교수는 용어정보 입력방법, 데이터베이스 입력 방법, 용어관련 정보 입력 방법 등 다양한 부분의 원칙을 설명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용어의 선정 원칙이다. 신 교수는 투명성, 일관성, 적합성, 언어적 경제성, 파생력, 언어학적 정확성, 모국어에 대한 선호도 등의 기본원칙 외에도, 표준용어의 개관적 선정을 위해 △개념표현의 정확성 △학술적 체계성 및 원어와의 대응관계 △우리말 다듬기 정도 △언어적인 완성도 △문화적인 측면 등 정량적인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조남호 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이 ‘한국학술용어의 한글표기원칙’을 제안했다. 학술용어 정비사업에서 학술용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데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번역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고려되지 않았거나 분야마다 다른 원칙을 세워 수행해왔기 때문에, 용어통일이 어려웠다. 조 연구원은 학술용어는 국어의 어문 규정 준수를 강조했다. 이를 위한 참고자료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 숫자, 괄호 등의 기호 사용의 원칙에 관해서도 발표했는데, 일례로 ‘가이거-물러 계수기’, ‘데이비슨-거머의 실험’ 등의 용어에서 흔히 쓰이는 ‘하이픈(-)’은 대체로 대등하게 나열되는 두 말 사이에 사용된다. 그러나 표준대사전의 경우 이런 경우 ‘가운뎃점’이 쓰인다. 그러나 또한 이 표기는 인명, 지명 등의 대등한 나열에 적용되는 원칙이기에, 학술용어 사용에 있어서의 또 다른 논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학술용어 정비 문제에 있어서는 해당분야의 의견과 국어학계의 의견이 조율되면서 원칙이 결정돼야 한다”라고 결론 내렸다.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원칙 돼야

마지막 발표는 한영균 울산대 교수(국어학)의 ‘한국 학술용어 국어화의 기본원칙’이었다.  한 용어가 여러 분야에서 다른 한글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들을 조정함에 있어 나오는 여러 문제들은 학술용어를 국어화 하는데 있어 기본 원칙을 따름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제안된 것이다.

학술용어 사업은 긴 시간이 소요되며, 또 용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용어로 대치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멸될 수도 있다. 요즈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조어에 대한 대책도 국가적으로 중요하며, 시간이 갈수록 달리 쓰이는 데에서 오는 혼란을 막는 데에서도 한술용어 표준화의 원칙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원칙은 교육부, 과학기술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산하의 관련 연구기관에 따라서 달라서도 안 된다. 앞으로 학술용어도 새로 발생하는 것도 많이 있어서 이들의 한글표기에 대한 대책도 마련될 것이다. 어떤 원칙이 영원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논의되고 제시된 의견을 모아 보다 좋은 용어 표준화 원칙을 만들려고 하며, 이 원칙은 국제적 기구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송희성 / 서울대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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