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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대학가 - 변화의 물꼬를 튼 사람들
2003년 대학가 - 변화의 물꼬를 튼 사람들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12.2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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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교협, 윤병만, 조무제 교수 등

법·제도 개혁 주도 미래를 준비하다

교수사회에서 2003년만큼 양면적인 한 해가 또 있을까. 교수 재임용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교수들이 안도의 한숨을 채 내쉬기도 전에, 한 시간강사의 자살은 한국 대학 사회의 치부를 드러냈다. 수도권 대학들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교수들과 학생들로 호가를 누렸다면, 지방대는 날로 심각해지는 학생 미충원에 수심이 깊어갔다. 10여년 전부터 예고된 '학생 없는' 2003년이었던 것이다. 대학 M&A와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보혁 갈등이 어느 때보다 뚜렷했던 계미년. 말많고 탈 많았던 한 해가 이미 저 낡은 시간의 무대 뒤편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지방대 위기, 사학전횡, 시간강사 문제 등은 우리에게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로 여전히 남겨져 있다. <편집자주>

'교수 참여정부', 인수위원 절반…장관만 6명
개혁, 밑그림부터 실행까지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 교수신문
2003년은 교수들의 정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해였다. 노무현 정부를 '교수 참여 정부'라 표현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비롯,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서울대 교수),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권기홍 노동부 장관(영남대 교수),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동아대 교수), 이정우 청와대 비서실 정책실장(경북대 교수),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경희대 교수), 김태유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서울대 교수) 등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을 정부부처와 각종 위원회에 적극 기용했던 것이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인수위원 총 25명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숫자인 13명의 현직교수가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정계에 발탁된 교수 가운데, 윤 부총리는 '교육부 개혁'과 '지박대육성', '사학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으나, 교육부 관료의 경직성과 잇따른 NEIS 논란, 수능 파문 등으로 '교육 개혁'에 힘을 쏟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재임용제는 헌법불합치"
구시대적 인권침해요소 개정, 20년의 법정 소송 결실

▲윤병만 아주대 전 교수 © 교수신문
2003년 2월 27일을 기점으로 교수사회가 달라졌다, 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새학기가 시작되기 직전, 재직교수를 비롯해 해직교수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윤병만 아주대 전 교수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구사립학교법 제 53조의2제3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1984년부터 시작된 한 해직교수의 20년간의 법정 투쟁이 교수재임용제라는 두터운 아성을 깨뜨린 셈이었다. 헌법재판소가 "대학교원이 재임용거부되는 경우에 그 사전절차 및 그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사후 구제절차규정이 없다"라며 교육부에 입법개선을 권고하자, 곧 재임용제 개선, 해직교수 소급 구제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비교적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11월, 교육부는 1975년부터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에게까지 소급적용하는 개정법률안을 내놓은 상태다. 교육부가 내놓은 입법예고안대로 개정되면, 기간 만료 등 어이없는 이유로 교수를 대학밖으로 내쫓는 대학·법인의 전횡은 상당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대학·법인이 짊어지게 되는 행·재정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선봉'
비정년트랙 교수제 도입, 교수사회 지형 변화 예고

▲김우식 연세대 총장 © 교수신문
그러나 재임용제의 부작용이 약화된 반면, 승진기준 강화, '비정년트랙 전임 교수제' 도입 등은 계약제 교수의 신분불안을 예고했다. 김우식 연세대 총장은 지난 1월, 직급에 상관없이 2년 단기 계약에 2회까지만 재임용이 허용되는 '비정년트랙 전임 교수제'을 도입, 대학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최대 6년까지만 임용될 수 있는 시한부 교수임용제가 나타난 것이다. 명분은 시간강사처우 개선이었다. 그리고 이 제도가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제도인지에 대한 논란이 채 가시기 전에, 예상했던대로 시한부 교수단기 임용제는 사립대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경성대, 경희대, 성결대, 신라대, 안양대, 영산대, 한림대 등 10여개 사립대들이 2004년 상반기 임용부터 이 제도를 속속 도입했다.

무관심 속에 놓여있던 시간강사 처우 개선 문제는 결국, 한 서울대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나서야 비로소 얘기되기 시작했다. 5월의 어느 날이었다. 대학 교육의 절반이 시간강사에게 맡겨지면서도, 정작 강사들에게 대학교수의 10분의 1 정도의 급여를 주는 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고, 시간강사의 법정 지위화, 계약교수제 도입, 강사료 인상 등 개선책들이 논의됐다. 떠들썩하기만 했던 탓일까. 보건복지부는 건강·의료보험 혜택에서 시간강사를 제외했고, 교육부의 1천억원 예산안은 기획예산처가 반영하지 않아 여전히 저울질을 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
강사 근로자성 인정 받아, "다음 목표는 교원지위 확보"

오히려 시간강사 처우 개선 문제는 정부나 혹은 대학·법인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한 외로운 강사의 법정 투쟁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찾았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듯, 김동애 전 한성대 대우교수가 법인을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것. 사법부가 일용잡급직으로 분류된 시간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까지, 김 교수는 지난 4년 동안 소송, 교육부·청와대 1인 시위, 단식 농성 등을 벌여왔다. 그러나 56세의 老 강사인 김교수의 투쟁을 끝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시간강사가 법적으로 교원의 지위를 얻을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구시대적인, 너무나 구시대적인 사학비리

▲동덕여대 교수협의회 © 교수신문
동덕여대 교수협의회(회장 신동하 교수)와 총학생회, 직원노조 등이 부패 사학 재단을 상대로 지난 2월부터 펼친 집회, 삭발, 수업거부 등은 한국대학에 만연해 있는 사학의 부패, 족벌 운영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교육부 감사 결과, 78억원의 교비가 법인으로 흘러들어간 사실 등이 드러났는데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조원형 총장과 이은주 이사장을 인건비 부당취득, 법인자금 유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총장 해임과 이사장 취임승인취소를 계고했지만, 재단쪽이 수용하지 않자 감사결과가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교육부의 사후 관리 소홀과 방관자적인 태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교육은 시장 개방 대상이 아니다"
WTO 교육개방 쟁점화, 경제논리 대 교육논리 대리전

▲박거용 상명대 교수 © 교수신문
한편, 대외적으로 올초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로는 교육시장 개방을 꼽을 수 있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가 상임대표를 맡은 'WTO 교육개방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교육은 개방의 대상이 아니며, 교육개방을 주장하는 경제 부처의 논리는 공교육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라며 청와대 앞 시위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을 반대했다. 정부는 끝내 3월 31일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서비스 협상에 성인교육·고등교육 분야 개방 등을 담은 최초 양허안을 제출했다. 교육부분에 양허안을 제출한 나라는 5개국에 불과했다. 양허안 제출이 세계적인 대세이며, 제출하지 않으면 국가신뢰도가 떨어진다며 '개방 불가피론'을 펼쳤던 정부의 주장과는 상반된 현실이었다. 협상이 완료되는 2004년 12월까지 교육시장 개방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단체간의 논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평가 제도 수정

올해 경제학·물리학·문헌정보학 분야에서 실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학문분야 평가에 교수사회의 반대도 거셌다. 정성진 경상대 교수, 정진수 충북대 교수, 오경묵 숙명여대 교수 등 경제학, 물리학, 문헌정보학 분야의 교수들은 지난 5월 각 분야마다 '평가개선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평가 시스템이 개혁될 때까지 평가를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교수들은 △대학서열화를 심화시키는 상대평가 실시 △일방적 평가편람 작성 △학문분야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 평가의 획일성 △불필요한 자료 요구 등을 문제점으로 열거했다. 평가 주체, 평가 방식, 평가 활용 등을 놓고 교수들과 대교협 간의 논쟁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바람직한 평가 방식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했지만, '평가 개선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교육부는 조만간 민간평가기구 등을 활용할 수 있는 학문분야평가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함께 위기 극복"
대학 통폐합 신호탄, 전국으로 확산

▲광주 전남지역 국립대 연합대학 © 교수신문
혹자는, 2003년, 지방대가 무너졌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지방대에게 있어 2003년은 가혹한 해였다. 문제는 학생수의 절대적 부족이 2010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대학 M&A 방안이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많은 교수들의 급여가 깎여나갔으며, 압박감에 못이겨 떠나는 교수들도 생겨났다. 지방대의 위기가 대학만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대학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틈에 나타난, 광주·전남지역의 국립대 연합은 구조조정의 한 모델을 제시한 것이었다. 김웅배 목포대 총장, 오병주 목포해양대 총장, 김재기 순천대 총장, 김하준 여수대 총장, 정석종 전남대 총장 등은 지난 6월 25일 '에 관해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인적·물적 교류를 시작으로 해서, 장기적으로는 통합까지 염두에 둔 국립대 연합이었다. 연합대학 총장 1명과 최고의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둔다는 내용을 합의하기까지 수십차례의 실무회의를 거치는 적극적 행보도 보여줬다. 이들 대학의 연합은 현재 경남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창원대·경상대·밀양대·진주산업대 등의 국립대 연합에 대한 논의에도 불을 붙였다.

지방대를 세계 무대로
엄격한 교육으로 제자양성, 국제무대에서 더 당당하게

▲조무제 경상대 총장 © 교수신문
신입생 부족, 취업난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대에서도 교수들의 열정으로 희망의 소식들은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식물유전자의 새로운 병저항성 신호전달과정을 최초로 규명한 김민철 경상대 박사의 학위논문이 ‘네이쳐’지에 실린데 이어 올해 5월에도 이 대학 분자약리학부의 책임 연구원, 허원도 박사의 ‘소형 GTP 단백질의 기능특이성’ 논문이 생명과학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미국 ‘셀’지의 표지 기사로 실린 것. 이처럼 지방대가 생명과학분야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배경에는 엄격한 기준으로 철저하게 가르친 조무제 경상대 교수(응용생명과학부, 현 경상대 총장)가 있었다. 이 대학에서 지난 3년 동안 배출한 박사들의 3분의 2는 미국 MIT, 예일, 스탠퍼드와 같은 유수의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추락하는 이공계에 날개를..
학계·언론 한 목소리,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교수들

▲방재욱 충남대 자연과학대학장 © 교수신문
한편, 올해에는 이공계를 살리기 위해 2백여명의 전국 이공계 단과대학 학장들이 모이는 이례적인 사건도 있었다. 지난 달 26일에는 방재욱 충남대 자연대학장, 이만형 부산대 공과대학장, 양승열 순천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등이 공동대표인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공계 대학장 비상대책협의회'(이하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공계를 살리기 위한 대책들을 건의했다. 이들 교수들은 "더 많은 우수 청소년들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정부가 시책을 추진할 때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각오가 있다"라고 밝혔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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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2003-12-27 09:58:39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다수이니 변화가 더디기만 합니다. 퇴직금소송 판결문에 대학강사 1시간 강의 시간은 강의 준비 채점 학생 지도 등의 시간, 2시간을 더하여 계산해야 한다하자 각 대학들은 비정규직교수에게 퇴직금을 주지않기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등록금은 정규직교수의 임금으로 계산하여 받아 놓고 비정규직교수에게는 그 1/10의 임금을 주는 불공정 행위를 계속 고집하려는 것이지요. 이것이 범죄 행위라는 자각조차 없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구나 사람을 기르는 교육집단이니 부작용과 그 폐해는 심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