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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들의 겨울나기: 겨울방학,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학회들의 겨울나기: 겨울방학,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2.1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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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준비작업 한장, 대중과 함께하는 시도 눈길

겨울방학이 다가오자 학회의 활동들이 뜸해졌다. 세말·세초의 각종 행사에서부터 연구자 개인들의 계획 실행까지, 각종 이유에 밀려 방학중에는 학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적인 평. 반면에 방학을 기점으로 활동의 박차를 가하는 곳도 많다. 겨울나기 준비에 분주한 학회들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어떤 운영 방식이 좋고 나쁜지 평하기보다는, 학회운영의 관성화를 벗어나 전략적인 접근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겨울방학으로 접어들자, 학회활동도 '동면'에 들어간 듯하다. 12월 초중반까지 한해를 마무리 짓는 동계학술대회며 총회 소식이 한창이었지만, 세밑이 되자 행사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실 방학중에서는 이렇다할 학회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물리학회 홍완숙 과장은 "겨울방학은 입시철이라 대부분의 학회원들이 발이 묶여 시간을 내기 어렵다"라고 설명한다. 연구자 개인적으로도 방학은 바쁜 시기다. 손세호 평택대 교수(미국학)는 "방학을 맞이해 논문을 쓰고, 집필하던 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고 전했다. 업적평가를 위한 성과물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방학 때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또 1년 단위로 학회 집행부가 바뀌는 학회의 경우, 새로운 회장은 새판을 짜고 업무를 인수받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활동의 공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방학이라고 해서 학회활동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정중동이라고, 고요함 속에 힘을 온축하는 풍경도 없지는 않다.

전력 강화 위한 숨고르기

방학 중 학회 활동으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케이스는 '물밑작업'형. 물밑작업의 종류는 다양하다. 학회비를 걷는 것에서부터 회원정보 갱신, 학회지 편집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지만 반드시 해야하는 일을 서둘러 마무리 짓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국어국문학회(회장 이혜순 이화여대 교수)는 일찌감치 내년 사업 준비를 시작했다. 12월 31일까지 2004년 6월 5일∼6일에 열리는 전국 학술대회의 개별 발표 신청을 받고,  '국어국문학지' 136호의 원고마감을 시작했다. 마감일은 2004년 2월 28일. 방학중에 논문 작업을 하는 학회원들의 활동 패턴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회원들을 독려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정인 한술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은 "공식일정이 없는 대신 회원들이 모여서 같이 책을 읽거나 내년 사업에 대한 구상을 위해 비정기적인 만남을 자주 가진다"라고 밝힌다. 학회지 원고 모집 및 편집 작업 등 부분적인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학회원 저마다의 재충전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주요행사 방학으로 옮겨 내실화 꾀해

반대로 방학이면 오히려 바빠지는 '동분서주'형도 있다. 일부러 방학중에 학회의 굵직굵직한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다. 모학회보다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전문학회·지방학회가 이 같은 행보를 보인다. 한국컴퓨터교육학회(회장 이원규 고려대 교수)는 매년 방학중에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우후죽순처럼 학술대회가 열리는 봄·가을을 피해 개최함으로서 겹치는 일정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여유있게 행사를 치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특별한 성과를 준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학회원들끼리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전문학회에서 공동으로 책을 집필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역사인류학연구회와 같은 작은 연구모임에서는 회원들끼리 답사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는 등의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회장 이영옥 성균관대 교수)는 좀더 바쁘게 움직인다. 이 학회는 매년 겨울방학이면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내년에도 어김없이 1월 23일부터 사흘간 2003년도 정기총회 및 학술발표회를 개최하는 지라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일부러 방중에 일정을 잡아 회원들의 높은 참가비율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1월 5일부터 열흘간 초중고교 특수교사를 대상으로 특수분야 직무연수를 개설하는 한국정신지체아교육학회(조인수 대구대 교수)의 경우는 방중 활동이 더 큰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직무연수의 주제는 '특수아동의 요구진단과 사정'.   이 학회는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의 효율적인 운영 △특수교육 담당교사의 전문적인 자질 향상 △지원 및 협력체제를 강화 △실제적인 지도자료 제공 등을 목표로 발족했다. 때문에 학계의 이론적 논의를 교육현장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필수적.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방학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한국스포츠심리학회(회장 유진 중앙대 교수)는 동계워크숍 개최로 방학을 공략하고 있다. 1년에 두 번 고정적으로 개최하는 학술대회가 학술논문발표회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동계워크숍은 교수와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 및 토론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일례로 내년 2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워크숍의 주제는 '스포츠와 운동심리 상담의 실제'. 강사로 초청된 이들은 현역 운동선수나 국가대표 코치, 동작치료전문가 등. 현장에서 나오는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핍되기 쉬운 현상경험을 공급해 줌으로서, 배움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이 워크숍은 스포츠심리학회의 활동 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고 있어서 매년 1백명∼1백30명 가량의 학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활동 넓히고 역할모데 제시하기도

활동의 범위를 넓혀 교육활동에 적극 나서는 학회들도 있다.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회장 한규석 전남대 교수)는 3년 전부터 겨울방학 때마다 1급 범죄심리사 중급연구과정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범죄심리사 자격증이란, 범죄 수사 및 교정의 현장에서 심리학의 전문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으로 한국심리학회가 2001년에 인가한 자격증이다. 경찰서·법원 등의 현장에서 범죄심리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 반면, 대학의 커리큘럼은 이런 수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관계로 이들 학회가 심리학 전공 학부생·대학원생 및 관련 직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중급연구과정을 개설해왔다. 3주간 1백20시간을 강의하기 때문에, 겨울방학의 절반이 이곳에 투자된다.

여름방학에는 교정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가 특강도 꾸준히 운영해 오고 잇다.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김시업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강좌 진행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심리학도의 현장 지도 및 진로상담의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의미를 매겼다.

한국물리학회(회장 황정남 연세대 교수)는 내년 1월에 5일간 열리는 물리학교에 분주하다.  물리학회 산하에 있는 한국물리올림피아드위원회는 국제물리올림피아드 참가학생 선발과 인솔 등을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물리올림피아드를 통해 선발된 학생들을 중심으로 방학이면 물리학교를 개최하는 것. 국제물리올림피아드 출전학생 선발이 소기의 목적이기는 하지만, 물리학회의 학회원들과 학생들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과학영재 발굴 및 역할 모델 제시 등의 역할도 곁들이고 있는 중.

사실 방중에 학회활동을 준비하는 학회들의 수는 적은 편이다. 대신에 방학중에 꾸려지는 활동들은 좀처럼 준비하기 어려운 강좌나 워크숍 등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 시기엔 학회 운영에 있어서 전략적 차원을 고민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학회와 학술대회의 관성화된 운영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 지금, 참신한 아이디어가 이 때 나와야 한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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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2003-12-30 16:43:54
내년에 영어영문학회는 50주년 기념으로 겨울 연찬을 하지 않고
6월에 한 번 국제학술대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월 23일부터라는 이야기는 2003년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이지영 기자님...사실 확인을 명확히 하고 쓰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