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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법률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
[원로칼럼]법률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
  • 교수신문
  • 승인 2020.06.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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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여러 방식을 통해서 대학의 수업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사태는 수업방법의 개선을 강요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교수들은 수업에 관한 한 신성불가침한 영역으로 여겨왔다. 강의실에서 전개되고 있는 수업을 들여다보는 것을 금기시하였다. 강의실은 그야말로 블랙박스(black box), 즉 ‘암흑 상자’ 혹은 ‘비밀 상자’였다. 그 비밀 공간에서 교수들은 호사를 누렸다.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 작금에는 자연히 수업 장면이 다른 대학에 소속된 학생들에게까지 전해지게 되고, 같은 전공 분야의 다른 교수와 비교하면서 품평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으니 강의실은 이제 암흑 상자가 아니라 유리 상자가 되었다.     

갑자기 발생한 천재지변 상황에서 수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다 보니 정부도, 대학도, 교수도 경황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수업을 하게 되었으니 준비가 없었던 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이, 대학 역시 법률주의에 기초하여 설치․운영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대학은 「고등교육법」에 의해 설립․운영된다. 동 법 제22조 제1항에는 “수업은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간수업, 야간수업, 계절수업, 방송․통신에 의한 수업 및 현장실습수업 등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여기서 ‘방송․통신에 의한 수업’이란 방송통신대학과 사이버 대학의 수업방식에 관한 규정이다. 오프라인 대학의 수업방법에 대해서는 주간․야간․계절수업 및 현장실습수업에 관해서만 규정되어 있다. 같은 조 제2항에는 “제1항에 따라 학칙으로 방송․통신에 의한 수업방법 또는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방법을 정하려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란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정하는 사항을 말한다. 시행령 제14조의2에는 “법 제22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방송․통신에 의한 수업방법 또는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방법에 관하여 학칙으로 정하려는 경우에는 수업 운영, 학사 관리, 교육시설․설비 및 그 밖에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사항에 관하여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방송통신대학이나 사이버 대학에서는 ‘방송통신 강의’, ‘출석 수업’, ‘원격수업’과 같은 내용을 학칙에 규정하고 있으나, 서울 소재 일부 오프라인 대학의 학칙을 살펴봐도 그 내용이 반영된 흔적을 찾기 어렵다. 오프라인 대학이 학칙에 ‘온라인 수업’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을 보면 「고등교육법」 제22조 제1항의 ‘방송․통신에 의한 수업’이 오프라인 대학의 수업과 무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강좌를 온라인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점은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이 제기하고 있는 등록금 환불 요구와 연결될 수 있다. 오프라인 대학에서 웬 온라인 수업이냐고 누군가가 따져 묻는다면 답하기 곤란하다. 온라인 강의가 반복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는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향후 오프라인 강좌를 온라인 강좌로 전환하자는 근거로는 적합할지 모르겠으나 그 이상의 문제 제기에 답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그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대학에서의 대면수업에 대한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다.   

이참에 천재지변에 대비할 수 있는 법적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고등교육법」을 비롯한 관련 법을 손질하고, 각 대학은 모법에 따른 학칙 개정을 해야 할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 그리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이보다 더 악질의 천재지변에 대비해야 한다. 출석을 한 번도 하지 않고 교과목을 이수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살펴야 할 것이다. 이와 유사한 부류의 문제로 특정 교과목의 학점이 취소되어 졸업생들이 피해를 본 사례도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천재지변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속히 대학이 정상화되길 바란다.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차갑부 명지전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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