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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중국에 대한 잡념
학이사: 중국에 대한 잡념
  • 김혜준 부산대
  • 승인 2003.1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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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군이래 단일 문화를 유지해온 단일 민족이다. 가끔 나라가 갈리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 연속성이나 정체성을 상실한 적이 없으므로 사실상 단일 국가였다'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을 다루자니 이 같은 습관적 관념 때문에 혼란스럽다. 중국에 관한 한 '단일 문화', '단일 민족', '단일 국가'가 동시에 결합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대체 그것이 국가인지 민족인지조차도 불분명한 것이다.

중국을 국가라고 볼 것인가. 현재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이 있다는 건 그렇다 치자. 그렇게 되면 티벳어, 위구르어, 만주어, 조선어 따위도 당연히 중국어가 되고, 티벳족, 위구르족, 만주족, 조선족 등도 마땅히 중국인이 될 것이다. 논리적으로 보아 합당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화교 중에서 중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중국인인가 아닌가. 그들이 쓰는 이른바 '쏼라쏼라'하는 말은 중국어인가 아닌가. 그들이 그런 말로 행위하는 문학은 중국문학인가 아닌가.

그럼 중국을 한족의 공동체라고 볼 것인가. 사실 그렇게 묵계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왕년에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서 쓰기 불편하니까 위대한 문자 한글을 창제했던 것이고, 오늘날 이 땅에서 산 지 백 년도 더 된 화교에게 여전히 유형 무형의 차별을 가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들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러기에 오랜 세월 중국문학사에서는 당송문학 다음은 원명청문학이라야 하지만 그냥 명청문학이었던 것이고, 그러기에 민주공화제로의 혁명이라는 신해혁명의 이면에서는 반만흥한이 호응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뭔가 석연치 않다. 지난 세기 중엽 일본과의 전쟁에서 언필칭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자들조차도 민족을 내세웠다니 그런 묵계가 맞을 법도 한데, 하필 그것은 그냥 '민족'이 아니라 '중화민족'이었던 것이다. 아예 어떤 사람들은 서방 세계와 본격적 접촉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어느 민족이 중원을 통치하든 그냥 중국은 그 자체로 세계였고, 따라서 로마의 역사가 곧 이탈리아인의 역사는 아니듯이 중국의 역사가 '중국인(한족)'의 역사와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중국사에서는 한나라 다음에는 한족의 국가만 따져서 위진송제양진의 6조였는데 어느새 위진남북조로 바뀌었다. 전에는 발해사만 언급하더니 이제는 고구려사도 중국의 지방사로 편입한다. 스스로도 중국을 세계로 간주하는 모양이다. 혹시 그렇다면 미래의 중국 역시?

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그저 정치적 실체로서의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소수민족을 포용하기 위해 애쓰다보니 생긴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문화대혁명의 책임은 마오쩌뚱과 4인방에게 물었지만, 1989년 '천안문사태'로 인해 결국 그 정통성을 다시금 확보해야 하는 중국공산당이 국가이데올로기를 강조하다보니 벌어진 일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고구려말은 중국말과 통했을까? 백제말이나 신라말과는? 어이쿠 웬 잡념? 그만 이렇게 얼버무리는 것이 좋겠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중국 대륙과 홍콩, 대만이라는 영토에 국한된 지리적 공동체의 개념이 아니다. 전 세계 한족들로 구성된 네트워크적 공동체 개념이다. 그들이 문화적 일체감을 느끼고 세상 사람들에게 그것이 인정을 받는 한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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