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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육경과 공자인학』(남상호 지음, 예문서원 刊, 309쪽)
주간리뷰 : 『육경과 공자인학』(남상호 지음, 예문서원 刊, 309쪽)
  • 류근성 전남대
  • 승인 2003.12.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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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에서 탈피한 공자학 연구

▲ © 예스24
류근성 / 전남대·동양철학

이 책은 육경과 공자 仁學과의 관계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육경에 나타난 공자의 문화 예술관, 정치관, 자연관, 역사관을 그의 인학과의 관계 속에서 고찰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공자 인학 연구가 四書 중심이었던 것과는 달리 육경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사서 중심의 공자 인학 연구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인의 무한보편성을 알기 어렵고 둘째, 다른 학파의 학설을 배척하고 공자를 교조화하기 쉬우며 셋째, 수양과 실천을 생명으로 삼는 유학의 본령인 孝悌 공부를 소홀히 하며 넷째, 공자가 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의 마음으로 이해했으며 인의 가슴으로 세상을 살았음을 말하고 있는 '예기' 儒行편의 존재를 망각한다는 점이다.

중국문화에서 유학이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공자가 육경을 정리하면서부터다. 공자는 述而不作의 방법으로 중국 고대 문물을 집대성해 육경으로 정리 편찬했다. 공자는 仁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바라봤다. 인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보편 원칙이기 때문에 정의를 내릴 수 없으며, 반드시 실생활 속에서 실천을 통해 설명해야 한다. 때문에 공자는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인을 떠나지 않고, 위급한 경황 중에도 반드시 인과 함께 해야 한다고 해 生活仁을 강조했다.

"공자는 仁의 내적 타당성을 慾仁할 수 있는 인간 본성 속에서 확보함으로써 시의 본질을 인으로 이해하고, 시를 통해 무한보편을 통찰할 수 있었다."-본문 48쪽에서

공자가 이처럼 인을 강조하게 된 까닭은 주나라 초·중기가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 때 공자가 본 인간은 도덕인이며, 이러한 인격 주체를 형성하는 것은 인이라는 본성이다. 한마디로 공자학은 仁學이고, 인학은 人學으로서 도덕인의 학문이며 문화인의 학문인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시경'의 분석이다. 저자는 공자가 인학을 구상하는 데 가장 큰 자극과 영향을 준 것은 '시경'이라고 한다. 특히 부정어로 간접 형용된 세계에 대한 공자의 무한상상은 그로 하여금 상대적 세계를 초월해 무한보편의 세계를 통찰하게 했다. 인의 무한보편성은 무한상징성을 갖고 있는 無邪·無惡·無然 등과 같은 시어 속에서 확보된 것이다. 일체를 부정함으로써 무한긍정을 할 수 있는 '시경' 최고의 시어가 바로 無然이다. 저자는 육경을 한마디 말로 압축하면 무연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공자의 인 개념을 무한보편성의 경지로 확장함으로써 범주론적으로 체계화하는 데 난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책이 시도한 육경을 통한 인의 이해는 기존의 사서 중심의 연구가 갖는 단편성을 극복하고 공자 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유학의 현대적 계승과 창조라는 시대적 과제에 관한 연구와 토론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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