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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7] 형평과 공평을 의미하는 새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47] 형평과 공평을 의미하는 새
  • 권오길
  • 승인 2020.06.01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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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리
참수리
참수리

언제 어디에서나 새롭고 흥미로운 생물들은 죄다 나의 글감이 되기에 매사를 예사롭지 않게 보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글쓰기를 하므로 궁금증(好奇心)과 어린 마음(童心)을 잃지 않고 철부지로 살 수 있어서 참 복되도다. 호기심과 동심이 바로 시심임을 뉘라서 부인하겠으며, 또한 그런 마음(心)이 곧 과학하는 마음(科學心)이요 과하는 태도이다. 

옳거니.〈大學〉의〈正心章〉편에 나오는 말이다. 心不在焉이면 視而不見이며 聽而不聞하며 食而不知其味니라(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날이 날마다 사고 사건이 터지는 세상인지라 경찰관과 경찰서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티브이에 비친다. 그때마다 경찰관의 모자나 경찰서, 경찰차에 붙은 경찰 마크 속의 새가 또 궁금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경찰의 상징으로 1946년 미 군정 때 썼던 미국 흰머리 독수리를 그대로 따라 썼으나 2005년에 와서야 우리나라 겨울철새인 ‘참수리’로 바꿨다고 하고, 해양경찰은 2009년에서야 한국 토종 수리인 ‘흰꼬리수리’를 상징 새로 대신했다 한다.

그리고 참수리 목덜미에 저울이 걸려 있으니 그것은 형평과 공평을 의미하고, 아래의 무궁화 꽃과 그 안의 태극문양은 국가와 국민을 뜻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경찰 마크에는 “형평과 공평을 사명으로 하는 경찰이 국가와 국민을 수호한다"라는 의미가 들었다.

그런데 참고로, 전 세계에서 독수리를 나라 상징으로 하는 국가는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들이 있다. 독수리는 힘과 용기를 가진 불사조(不死鳥)로 하느님의 심부름꾼(使者)이라고 생각했으며, 하늘이 점지해 준 절대 권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다음은 참수리(Haliaeetus pelagicus)를 알아볼 차례다. 참수리(Steller's sea-eagle)는 매목, 수리과에 속한 맹금류(猛禽類,bird of prey)이다. 맹금류란 매목과 올빼미목에 속한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감각이 예민하고 행동도 민첩하여서 다른 새나 짐승, 물고기 따위를 공격하여 잡아먹는 사나운 육식성조류이다.

그리고 참수리를 독일학자 스텔러(Georg Wilhelm Steller)가 처음 기재(記載)하고 명명(命名)하였기에 보통‘Steller's sea eagle’이라 부른다. 또한 수리(eagle)무리는 전 세계에서 218종이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21종이 기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 참수리․흰꼬리수리․독수리․검독수리 4종은 매우 희귀한 종들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되고 있다.

참수리는 몸길이가 수컷 89cm, 암컷 102cm로 암컷이 수컷보다 좀 더 크다. 암수 모두 초콜릿 갈색을 띠고, 꽁지깃은 흰색에 14개이며, 날개깃은 다갈색이나 날개 가운데에 하얀 무늬가 섞여 있다. 무엇보다 힘세고 날카로운 샛노란 부리와 노란 센 발톱과 끝이 짤막하고 몽땅한 쐐기모양(wedge-shaped)의 꽁지가 특징이다. 참수리는 5~9kg으로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수리다.

참수리먹이는 주로 동물성으로 어류(연어, 송어), 물새(오리, 거위, 백조, 갈매기, 두루미, 백로), 포유류(산토끼, 물범) 따위를 잡아먹는데 동물의 썩은 고기도 즐겨 먹는 편인데 그중에서 물고기가 80%를 차지한다. 또 다른 동물들이 애써 잡은 먹이를 빼앗아(도둑질)가니 이것을 절취기생(竊取寄生,kleptoparasitism)이라 한다. 

주로 바닷가나 하천 하류, 강기슭이나 하구의 개펄, 산지의 내, 호수 등지에서 살고, 갈대밭 등에 내려앉기도 한다. 참수리는 바닷가나 강가의 암벽이나 큰 나무의 우듬지에 나뭇가지를 얽어 둥지를 짓는데, 높이가 150cm에 지름이 250cm에 달하는 거대한 집이다. 5월경 한배에 청백색 알 두 개 낳고, 알은 장경 7.8∼8.5㎝, 단경 5.8∼6.5㎝이며, 포란 일수는 38∼45일이고, 새끼 기르기(육추,育雛)는 약 70일이다. 어린 새는 검고 얼룩지나 꽁지는 희다. 

동북아시아의 캄차카반도, 사할린 섬, 아무르 등지에 서식하면서 거기서  봄여름에 새끼치기를 하고, 겨울에는 우수리 지방이나 우리나라 남해안, 일본오키나와로 남하하여 월동하는 겨울철새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5,000여 마리가 살고 있고, 마릿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다. 특별히 극동러시아인 캄차카반도에 참수리 밀도가 높아서 4,000여 마리가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1월부터 4월 사이에, 드물게 낙동강하구에서 독수리, 흰꼬리수리와 함께 5∼6마리씩 무리를 짓는 수도 있다 하고, 상공에서 간혹 보는 수가 있으나 단독 또는 한두 마리가 보통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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