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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새독일사』(이민호 지음, 까치 刊, 412쪽, 2003)
주간리뷰 : 『새독일사』(이민호 지음, 까치 刊, 412쪽, 2003)
  • 이진모 한남대
  • 승인 2003.12.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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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체사 속의 독일사 조명

혁명, 전쟁과 같은 주요 사건이나 특정 시대의 역사가 아닌 한 국가의 전체 역사를 집필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방대하고 해박한 지식 뿐 아니라 연구사에 관한 깊은 이해도 필요하다. 집필 대상이 상이한 문화권에 속하는 경우 이는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과제다.

게다가 기존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자 한다면 이는 대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민족중심의 역사 서술에 치중해있는 독일사를 유럽의 맥락에서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새독일사'는 평생 독일사 연구에 몰두해온 老교수의 학문적 결정으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통일 후 독일사를 새로 쓰려는 시도들이 국내에 번역 소개된 바 있다. 하겐 슐체의 '새로 쓴 독일 역사'(반성완 옮김, 지와사랑 刊, 2000)와 마틴 키친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독일사'(유정희 옮김, 시공사 刊, 2001)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이제 독일은 어디로?"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그 동안 히틀러의 그림자에 가려왔던 민족 정체성 회복을 위해 그 역사적 궤적을 면밀히 추적, 서술한다.

반면 후자는 독일사의 비극을 독일사 자체의 특수성이 아니라 유럽사적 맥락에서 재조명하려 시도한다. 유럽통합 시대 독일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해 가는가. "독일의 유럽화"인가 아니면 "유럽의 독일화"인가. 과거 해석은 미래 전망의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새로운 독일사가 나올 때마다 주목을 끄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첫 장을 "독일과 유럽"으로 시작해 마지막 장을 "통일독일과 유럽"으로 맺고 있는 이 책은 ―키친과 마찬가지로― 유럽사의 맥락에서 독일사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저자는 한 걸음 나아가 독일사가 갖는 통일성보다는 다양성에 주목하며 건강한 연방제적 전통을 발견한다.

유럽 연합의 틀 속에서 독일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시민사회의 발전이라는 내적 측면도 독일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중요한 잣대로 삼아 이를 심도있게 서술하고 있다. 통일독일의 목표는 "독일의 유럽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독일사를 새롭게 조명해 본 끝에 이끌어내는 결론이다.

방대한 내용의 역사를 균형감 있게 그리고 역동적으로 서술하려는 시도는 자칫 중요한 사건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불만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에서 제3제국이 차지하는 위치는 무엇인지 조금은 불분명해 보인다.

나치즘 대두, 아데나워의 서방통합 정책, 냉전 시대 독일의 재건/재무장 계획, 그리고 재통일과정 등이 갖는 유럽사 내지 세계사적 맥락이 좀더 명확히 부각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이는 老교수의 역작이 후학들에게 남긴 과제일 것이다.

이진모 / 한남대·독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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