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30 (목)
주간리뷰 : 『고대한일교류사』(연민수 지음, 혜안 刊, 466쪽, 2003)
주간리뷰 : 『고대한일교류사』(연민수 지음, 혜안 刊, 466쪽, 2003)
  • 이재석 고려대
  • 승인 2003.12.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료비판으로 재탄생한 한일관계사

이재석 / 고려대·일본사

요즈음 고대 한일 관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주변 지역·국가와의 관계·교류의 역사 자체에 대한 관심의 고조는 현재 진행 중인 소위 국제화·세계화의 조류와 맞물려 과거와 같은 一國史 중심의 관점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관계사를 통해 오히려 自國史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강화하려는 방향으로도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사를 논할 때는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저자의 처녀작 '고대한일관계사'(1998) 출간 이후 발표된 논고들을 모아 묶은 것이다. 처음부터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기획된 연구서는 아니지만, 책을 펼쳐보면 고대 한일 관계사에 대한 연구사 정리에서 시작해 통일 신라와 일본의 관계를 포함한 고대 한일 관계의 諸相 그리고 현재의 소위 일본 역사 교과서 서술 문제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일관된 입장과 시점이 드러나 있다.

그것은 배타적이면서 편협한 민족주의적 시각도 문제지만 반대로 과거 일본처럼 침략을 정당화하는 극도의 국가주의적 입장도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에 잘 나타난다.

저자는 "고대의 사료는 고대인의 사유와 공유할 때 비로소 고대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철저한 사료 비판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日本書紀'와 같은 편찬물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당대의 사료인 광개토대왕 비문과 같은 금석문 자료 역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과거 문제가 됐던 소위 임나일본부설도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임나일본부상을 그려낼 수 있게 됐고 또 예를 들어 백제의 멸망 무렵 백제를 도와주기 위해 왜군이 참전해 벌어지게 된 白江 전투 문제 역시 그 참전의 동기에 대해 속국 내지 조공국으로 보는 관점에서의 논의는 가능하지 않으며 당시 동아시아 정세의 변동 속에서 內政의 모순과 관련된 다양한 요인을 설정할 수가 있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사료 비판과 같은 방법론의 문제에 대해서는 평자로서도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방법론에 입각해 어떠한 역사상을 재구축해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앞으로의 과제인데 이것은 비단 저자만의 짐은 아닐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고대인의 사유와 공유할 때 비로소 고대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서 저자는 백강 전투와 관련해 속국 내지 조공국으로 보는 관점에서의 논의는 가능하지 않으며 한일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백강 전투의 참전 이유를 속국 내지 조공국의 관점에서 기술한 것은 바로 고대 일본의 지배층이었다. 그리고 임나일본부를 왜국의 한반도 지배라는 전제에서 기술한 사람들 역시 그들이었다. 이것이 역사 왜곡이라면 최초로 왜곡을 한 장본인은 근대 사학자들이 아니라 고대의 일본인인 셈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당시 고대인의 사고 자체를 논하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향후의 연구에서 저자에게 기대하고 싶은 것은  당시의 관계사를 보는 나름의 '전체 틀'의 제시에 관한 것이다. 저자의 연구 역량이면 이론화 작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