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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우리국토에 새겨진 문화와 역사』(문화역사지리학회 지음, 문형 펴냄)
주간리뷰 : 『우리국토에 새겨진 문화와 역사』(문화역사지리학회 지음, 문형 펴냄)
  • 옥한석 강원대
  • 승인 200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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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다가가는 지리공간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국토는 자연 그대로가 아니고 우리 문화와 역사적 과거가 새겨진 문화역사적 산물이다. 그래서 문화역사지리학자들은 이런 산물, 즉 지표의 사물과 현상을 수집, 기록, 분석하며 나아가 항상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종사하게 된다.

그의 일환으로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한국의 전통지리 사상’(민음사 刊)이란 제하의 연구물을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에서 펴낸 바 있다. 최근 같은 학회에서 발간된 ‘우리 국토에 새겨진 문화와 역사’란 책은 그간의 사회변화를 반영하고 새로운 의미부여를 시도 해 우리 국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게 해준다.

서문에도 이미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우리 국토 공간에서 자신의 역사적 정체성을 찾고자하는 사회적 추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중적 각성을 역사적 장소에 대한 심화된 탐구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다시 말해 이 책에 수록된 글 대부분이 1990년대 씌어진 우리 국토 공간과 장소에 대한 현장 연구로서 자신의 역사적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 윤홍기 교수의 ‘경복궁과 久조선 총독부 건물 경관을 둘러싼 상징물 전쟁’이란 글이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일본이 경복궁을 뜯어내고 총독부 건물을 짓고 해방 후 1996년 해체될 때까지의 과정을 ‘경관을 텍스트로 보기’란 입장에서 조명한 이 글은 우리 국토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대표적인 예다.

지표상에 나타난 경관이 사회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구체적 실물 상태로 변형시킨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 총독부 건물의 철거를 논하면서도, 총독부 건물의 부재와 첨탑을 이용한 공원  조성에 대해 못마땅하게 보는 입장은 ‘문화경관의 자연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은숙 교수의 ‘이민 문학을 통해본 1930년대 북간도 조선 이민의 공간 인지’, 송성대 교수의 ‘제주의 지리적 환경과 주민의 정체성’ 등의 글은 경관 연구는 아니지만 문화역사지리학자들의 대중적 각성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기획의도에 따라 새로 집필된 게 아니라 ‘문화역사지리’라는 전문학술잡지에 이미 출간된 글이 대부분 수록돼 우리 국토에 새겨진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대중들에게 이해시키고 안내하는 작업으로서의 의미가 반감되고 있다.

이 책은 문화역사지리 분야를 한국에 소개하고 창도한 故 이찬 교수 생전에 출간되지 못한 점에서 출간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국문화역사지리학계에 있어 다수 신진 학자들의 최근 진출은 문화역사지리학계의 연구 성과를 지식 대중에게 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게 되며 이 책은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옥한석 / 강원대, 인문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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