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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신자유주의 대학정책 평가
교수논평: 신자유주의 대학정책 평가
  • 임재홍 영남대
  • 승인 2003.1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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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홍 교수(영남대 법학부)


현재 대학은 상당한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이 위기에 대한 체감은 사람들마다 다르며, 그 원인에 대한 판단도 모두 제각각이다. 공통적인 것은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며, 어떤 형태로든 생존을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없이 해법을 찾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통상 관료나 기업은 이 위기의 원인을 대학의 폐쇄성과 변화에 대한 불감증에서 찾는 것 같다. 즉 사회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대학이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상황에 봉착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대학이 스스로 개혁을 못하기 때문에 개혁을 강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가 이러한 개혁의 좌표로 내세운 것이 바로 ‘지식기반사회에 경쟁력이 있는 유능한 인재의 창출’이다. 이 신교육이념은 주로 경제적 요인에 의해서 규정받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육부가 내세운 수단으로는 경쟁을 강제하고 이윤추구의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경쟁원리는 대학간의 국제적ㆍ국내적 경쟁,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간의 경쟁을 일반화시키고, 대학내에서는 교수간에도 서열화를 통한 경쟁을 유발시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조건으로 대학에서도 영리창출을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변경시키고 있다.

 

그 결과 교비를 사용한 대학기업의 영리창출까지도 허용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육개방으로 대학에 대한 지원이 언젠가는 중단될 것이고, 외국법인이 설립하는 대학의 증가와 학생수의 감소로 인한 교비의 절대적 부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고안된 이 제도는 양면의 칼을 지니고 있다. 기술의 상용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파산 내지 합병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최종부도선고의 유예조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 이런 식으로 황폐화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부가 이런 정책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실로 이러한 상황으로 몰고 온 우리 사회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 교육부의 수급정책의 실패, 경제관료들의 무능으로 인한 경제위기의 항상화, 고용창출의 실패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그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여 새로운 교육정책을 강요하고 이로부터 경쟁력있는 인간을 육성하리라고 보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공교육의 근본이념이 훼손되어,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외국학문에 대한 종속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더 많은 문제가 표출되기 전에 대학교육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의 목적이 경쟁력있는 인간의 양성인지 아니면 공동체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건전한 시민의 양성인지 검토되어야 한다. 인간을 단지 경쟁력이란 측면에서 파악한다면 그것은 인간을 도구화시키는 사고이며 주체성과 존엄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으로 인간을 보기 시작하는 것은,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이며, 인간이 발전시켜 온 문화와 규범적 사고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학교육의 공공성은 인류가 시민혁명이래 발전시켜 온 공교육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며, 우리 헌법과 교육기본법이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대학을 기업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오히려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확장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 예를 들면 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무로서 경영과 재정상의 책임, 대학의 서열폐지를 위한 평준화정책, 대학의 무상교육화 등을 실현할 수 있는 보다 긍정적인 정책을 추구하길 기대한다.


정책이 실패하면 그 원인을 찾아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실패가 증명되더라도 우리 의지대로 변경할 수 없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외국에 대한 교육개방이 그렇다.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내에서 외국교육기관의 설립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안이 마련됐다. 동 법률안에 의하면 유아?초?중등, 대학(원) 교육까지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심지어 이윤의 해외송금까지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교육당국의 신중한 정책 재고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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