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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정치사
소설의 정치사
  • 조재근
  • 승인 2020.05.26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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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정치사
소설의 정치사

 

낸시 암스트롱 저 | 오봉희, 이명호 역 | 그린비 | 536쪽 

『소설의 정치사: 섹슈얼리티, 젠더, 소설』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라는 두 프리즘으로 근대 영국소설사를 읽어 낸 역작이다. 낸시 암스트롱이 1987년에 출판한 이 책은 근대 문학형식으로서 소설의 발생과 전개과정을 경제적 개인주의와 사실주의 형식에서 찾는 주류적 해석의 남성 중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여성적 특성이 근대 소설사, 나아가 근대 역사에 결정적 힘을 발휘했다는 도발적 문제를 제기한다.

가정여성이라는 새로운 개인을 통해 여성들이 담당해 온 담론실천을 당대 역사에 밀착해서 읽어 냄으로써 여성이 가부장적 역사의 수동적 희생자나 급진적 저항자인 것이 아니라, 근대 역사를 주도해 온 책임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담론의 행위자로서 여성들이 가정소설이라는 글쓰기 헝식을 통해 근대 역사에서 수행해 온 긍정과 부정을 모두 인정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주체’라는 숭고한 이름을 건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의 『소설의 정치사』는 페미니즘이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는 위치를 벗어던지고 역사를 만든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 있는 주체로 올라섰음을 논증해 낸 저서이며, 그렇기 때문에 성숙한 페미니즘의 학문적 성취를 보여 준 저서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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