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택 / 경상대·사회학
그런데 해외에서 서구의 사회이론을 공부한 회원들이 국내에서 공부한 회원보다 훨씬 많은데도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사회이론의 구축 필요성에 크게 공감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한 모색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실적합성과 열린 소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
물론 한국사회이론 혹은 한국사회학의 구축이라는 문제의식이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93년 신용하 교수께서 한국사회학회장에 취임하면서 행한 강연이 바로 독창적인 한국사회학의 발전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72년 한국사회학회가 주최한 사회학대회에서도 이미 한국사회학의 토착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이렇듯 한국사회학 하기 혹은 한국사회이론 만들기라는 과제는 1백여년의 한국사회학 역사의 후반기에 와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절실한 것이었다.
따라서 현 상황은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그 동안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현시점에서 요구되는 진전을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이론사회학회는 우리 사회이론 구축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동의 노력을 일관되게 기울여온 한편 우리를 구성하는 나의 독창적인 이론 구축 노력에도 성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창립대회 이후 이 학회에서는 한국사회이론 구성의 잠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의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 하나는 한국사회 현실에 적실성이 큰 개념 및 이론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적 시각들 사이의 열린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회이론가들이 이론 및 한국사회 현실의 역사성에 대한 감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에서 후자의 노력에 관한 소개는 생략하고자 한다. 전자의 노력으로 학회에서 그 동안 가장 큰 관심을 기울여 온 화두는 공동체적 합리성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한국사회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공동체주의적 요소와 서구로부터 유입돼 어느덧 한국사회 현실의 중요한 하나의 토대를 이루게 된 근대적 합리주의의 요소가 어떻게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탐색해보는 이론적인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 한편으로는 서구의 합리성 이론의 역사를 리뷰하고 특히 소통적 합리성, 해석적 합리성 등의 개념과 공동체적 합리성 논의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 행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전통적인 공동체의 성격과 근대화 과정에서 이 공동체가 변화되어온 양상들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오늘날 사회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공동체 개념의 정체와 뿌리에 대한 이해가 시도됐으며 서구의 현대 공동체주의 담론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공동체 속성 변화 파악에 주력
또한 급속한 정보화를 비롯한 최근의 여러 사회 변화과정에서 공동체의 속성 자체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공동의 노력은 공동체의 시각과 합리성의 시각이 결코 필연적인 모순의 관계에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공동체적 요소와 합리적 요소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작업, 그리고 우리에게 잠재돼 있는 문화적 요소들에 이들을 연결시키는 이론적인 작업이 요청됨을 보여줬다.
한국이론사회학회는 이러한 노력들에 덧붙여 최근에는 사회적 연결망 이론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국사회 현실에 대한 설명 잠재력을 다각도로 타진해보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첫째, 서구사회의 공동체 논의에서 연결망 분석이 공동체 연구의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것과 관련돼 있으며, 둘째, 한국사회 현실을 이루고 있는 공동체적 요소가 사회적 연결망의 성격을 뚜렷이 띠고 있다는 점 때문이며,
셋째, 정보화를 비롯한 최근의 사회변화 결과 사회적 연결망의 중요성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연결망 담론이 합리성 논의와 쉽게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합리성 이론의 다양한 시각들은 사회적 연결망의 여러 측면을 다각도로 조명할 것인데 이러한 작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필자는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사회현상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분야는 일상생활의 관점을 중시하는 사회이론과 지식사회학이다. '일상생활의 패러다임'(1998)과 '다시 지식인을 묻는다'(2001) 등의 저서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