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8:10 (금)
연구의 신경향 : 한국사회이론 구축을 위한 모색들
연구의 신경향 : 한국사회이론 구축을 위한 모색들
  • 강수택 경상대
  • 승인 2003.12.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체와 합리성이 만나는 이론공간 모색

강수택 / 경상대·사회학

2001년 5월 한국이론사회학회가 '한국사회이론 만들기-이론의 식민지성을 넘어서'를 주제로 창립 학술대회를 열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서구에서 유학하면서 베버, 맑스, 하버마스 등의 사회이론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후 국내에서 그 동안 이론적 관심을 꾸준히 유지해온 50대 중반의 사회학자들이 기치를 내걸었고, 이에 비교적 근래에 와서 국내외에서 다양한 경향의 사회이론을 전공한 30대와 40대 사회학자들이 동참함으로써 학회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서구의 사회이론을 공부한 회원들이 국내에서 공부한 회원보다 훨씬 많은데도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사회이론의 구축 필요성에 크게 공감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한 모색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실적합성과 열린 소통이라는 두 마리 토끼

물론 한국사회이론 혹은 한국사회학의 구축이라는 문제의식이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93년 신용하 교수께서 한국사회학회장에 취임하면서 행한 강연이 바로 독창적인 한국사회학의 발전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72년 한국사회학회가 주최한 사회학대회에서도 이미 한국사회학의 토착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이렇듯 한국사회학 하기 혹은 한국사회이론 만들기라는 과제는 1백여년의 한국사회학 역사의 후반기에 와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절실한 것이었다.

따라서 현 상황은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그 동안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현시점에서 요구되는 진전을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이론사회학회는 우리 사회이론 구축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동의 노력을 일관되게 기울여온 한편 우리를 구성하는 나의 독창적인 이론 구축 노력에도 성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창립대회 이후 이 학회에서는 한국사회이론 구성의 잠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향의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 하나는 한국사회 현실에 적실성이 큰 개념 및 이론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적 시각들 사이의 열린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회이론가들이 이론 및 한국사회 현실의 역사성에 대한 감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에서 후자의 노력에 관한 소개는 생략하고자 한다. 전자의 노력으로 학회에서 그 동안 가장 큰 관심을 기울여 온 화두는 공동체적 합리성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한국사회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공동체주의적 요소와 서구로부터 유입돼 어느덧 한국사회 현실의 중요한 하나의 토대를 이루게 된 근대적 합리주의의 요소가 어떻게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탐색해보는 이론적인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 한편으로는 서구의 합리성 이론의 역사를 리뷰하고 특히 소통적 합리성, 해석적 합리성 등의 개념과 공동체적 합리성 논의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 행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전통적인 공동체의 성격과 근대화 과정에서 이 공동체가 변화되어온 양상들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이와 함께 오늘날 사회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공동체 개념의 정체와 뿌리에 대한 이해가 시도됐으며 서구의 현대 공동체주의 담론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공동체 속성 변화 파악에 주력

이러한 문제의식과 노력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시각과 합리성의 시각을 연결시켜보려는 몇몇 노력이 시도됐다. 그 하나는 한상진 교수가 동양적 공동체주의 시각에서 인권에 접근해본 것이며, 다른 하나는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 때 경험할 수 있었던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문화를 종래의 집합주의와 구별되는 새로운 시각에서 파악해보려는 시도가 몇몇 회원들의 공동작업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신공동체문화라는 개념 아래 시도된 이 후자의 노력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비록 한국의 공동체문화가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급속히 와해돼 왔지만 그 중요한 요소들이 아직까지는 여전히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저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급속한 정보화를 비롯한 최근의 여러 사회 변화과정에서 공동체의 속성 자체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공동의 노력은 공동체의 시각과 합리성의 시각이 결코 필연적인 모순의 관계에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공동체적 요소와 합리적 요소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작업, 그리고 우리에게 잠재돼 있는 문화적 요소들에 이들을 연결시키는 이론적인 작업이 요청됨을 보여줬다.

한국이론사회학회는 이러한 노력들에 덧붙여 최근에는 사회적 연결망 이론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국사회 현실에 대한 설명 잠재력을 다각도로 타진해보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첫째, 서구사회의 공동체 논의에서 연결망 분석이 공동체 연구의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것과 관련돼 있으며, 둘째, 한국사회 현실을 이루고 있는 공동체적 요소가 사회적 연결망의 성격을 뚜렷이 띠고 있다는 점 때문이며,

셋째, 정보화를 비롯한 최근의 사회변화 결과 사회적 연결망의 중요성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연결망 담론이 합리성 논의와 쉽게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합리성 이론의 다양한 시각들은 사회적 연결망의 여러 측면을 다각도로 조명할 것인데 이러한 작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필자는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사회현상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분야는 일상생활의 관점을 중시하는 사회이론과 지식사회학이다. '일상생활의 패러다임'(1998)과 '다시 지식인을 묻는다'(2001) 등의 저서를 펴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