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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념 연구할 대학원 대학 건립위해"
"대안이념 연구할 대학원 대학 건립위해"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3.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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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퇴임하는 오세철 연세대 교수(경영학)

사회 각 분야에서 명예 퇴임하는 일들이 종종 벌이지고 있지만, 대학교수 사회에서 명퇴는 여전히 흔치 않은 풍경이다. 특히 교수에게 정년퇴임을 앞둔 얼마간의 기간은 대학에서의 부담도 적고, 그 동안의 학문 활동을 되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는 황금기다.
진보적 사회활동으로 알려진 오세철 연세대 교수가 정년을 5년이나 남겨놓고 사회과학대학원 설립을 위해 대학에 명예퇴임을 신청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교수가 보는 오늘의 대학과 대학원 설립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 김조영혜 기자
△ 아직까지 교수사회에서 명예퇴임은 낯선데.
“밖에서 실천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몸은 제도권에 근거지를 두고, 어떻게 보면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고도 볼 수 있어요. 운동과 대안적인 교육을 제도권 내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최종판단을 하게 된 겁니다.” 
△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무엇입니까
“제자들의 재생산이 안되고 있는 것입니다. 더 이상 대학이 후학들을 배출해 낼 수 있는 근거지를 상실했다고 봅니다. 학생들의 재생산 구조도 끊겼지만, 교수도 그 사람들이 나가버리면 더 이상 충원이 안되요. 몇 안 되는 좌파교수들이 정년퇴임하면 끝납니다. 예를 들면 서울대에서 김진균 교수가 정년퇴임을 하면 (학풍이) 전혀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어떻게 자기를 잇는 교수를 하나 못 뽑느냐고 하는데, 이런 면에서는 대학이 민주적인 구조가 된 거지요.” 
△ 교수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75년에 같이 학교에 돌아온 사람이 사회학 하던 박영신 교수, 철학에 박동환 교수, 영문학 하는 임철규 교수들인데 다들 나보다 4~5년 선배들이죠. 뭔가 학술운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의기투합해서 해서, 지금으로 말하면 학제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든 것이 ‘현상과 인식’이에요. 1977년에 창간했지요. 10여년을 내가 책임을 맡았어요. 지금도 발간되는데, 당시에는 창비와 문지가 있었는데 사회과학쪽으로는 현상과 인식이 최초지요. 창간 동인은 연세대 사람들이지만 글 쓴 사람들의 면모를 보면 노선과 관계없이 사회과학의 폭넓은 대화를 이뤘지요. 보람 있는 일이었어요.”
△ 대학민주화 운동도 많이 하셨는데.
“‘80년 봄’에 강력한 의사결정기구로 교수평의회를 만들었는데 전두환 구테타가 벌어지면서 개점휴업이 됐지요. 그 뒤에 87년에 복원해서 지금까지 왔어요. 그런데 한 10년 되니까. 그 교수평의회가 체제내화 됐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결국은 교수조직의 대안은 노조밖에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시장논리와 경쟁논리에 기반한 신자유주의의 정책이 모든 부분에 관철하고 들어오는데, 도저히 한 대학에서 못 막아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을 지연시키는 수준이지,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틀 안에서는 안되고 밖에서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거지요.”
△ 우선 내부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처음에는 (대학원을) 연세대에서 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저히 불가능해요. 그래서 완전히 제도권 밖에서 새롭게 대안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여러 자리에서 교수들이나 연구자들과 이런 생각을 나눴는데, 취지나 필요성에 다 공감합니다. 그런데 다들 ‘그런데 어떻게 하냐’고 물어요. 머리에서는 그려지는데 실천하는데 몸이 안나가는 거지요. 현직에 있으면서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나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여기 있으면서 저쪽 운동을 할 수 없다구요.” 
△ 교수와 학생들은 있습니까. 
“실질적 주제는 많아요. 최근에 공부하고 온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만도 몇십명인데, 모두 보따리 장사하고 그럽니다. 연구원 기웃거리다가 뜻을 펼치지 못하지요. 그래서 한사람 한사람은 힘이 없으니까 모아야 된다고 생각한겁니다. 주체형성은 어렵지 않아요. 제도권에 있는몇 사람만 총대를 메면 됩니다.”
△ 대학설립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입니까. 
“많을수록 좋은데, 교수 주체 1백명이 1천만원씩 내서 협동조합을 만들면 10억원이에요. 물론 대학은 모든 주체들의 것이고, 이 돈을 기반으로 대중적인 모금운동을 벌여야지요. 그리고 대학원이기 때문에 등록금을 안받아야 한다는 것이 목푭니다. 제자들과 만나봤는데, 그런 거 하면 소액주주 하겠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대중적인 모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뜻있는 것을 시작하지 않은 것뿐이지요.” 
△ 교수들이 선뜻 나설까요. 
“대안적인 운동의 결과물이 학교인데, 운동을 하려면 과정에서부터 공동참여 과정이 있어야지요. 제안문을 공동으로 만들고, 전체 운동진영에 공개하고. 그래서 참여하는 사람들로 추진 기구를 만들고, 거기서 공동으로 결정해 나간다. 이것이 기본입니다. 불란서 파리 8대학이 68혁명 이후 노동자, 진보적 지지식인, 활동가들이 모여서 만든건데 당시에 정부가 인가를 안해줬지요. 그래도 권위로 벼텼습니다. 결국은 정부에서 인가를 해줬어요. 그래서 지금의 파리 8대학이 있는 겁니다.”
△ 무엇을 가르칩니까.  
“아직 개인적 생각이고, 토론을 통해서 구체화 할 것이지만, 철학, 역사 인문학이 기본이 되고, 쪼개져 있는 사회과학의 벽을 허물어 뜨려야 한다고 봅니다. 교수들은 전공영역이 다르더라도 같이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구태여 만들 필요가 없어요. 지금 대학 구조를 모든 면에서 뛰어 넘어야 합니다.
△ 대학에 남아 있는 교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학 안에서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지방사립대학의 교수는 상황이 열악해서 전면에 나서기 어려워요. 이런 점에서 이름 있는 사립대학의 교수들이 함께 신자유주의에 공동으로 대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세철 교수는 70년에 연세대에 임용됐으며, 75년 노스웨스턴대에서 ‘한국기업에서의 그룹상호작용과 성과에 대한 리더십 스타일의 영향’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한국이론사학회 회장, 2000년 한국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사회활동으로 1992년 대통령선거 민중후보 백기완 선거운동본부 본부장, 노동자의 힘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사회주의 정치연합과 진보적 지성과 양심의 소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2월 명예 퇴임하는 오 교수는 진보적인 사회과학대학원을 2005년 9월에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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