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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후생복지 명분…교육여건 개선은 뒷전 비판도
수익성·후생복지 명분…교육여건 개선은 뒷전 비판도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3.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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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골프장' 어떻게 볼것인가

'부킹'하기가 힘들다고 할 만큼 전국의 1백65개 골프장의 '필드'는 쉴새가 없다. '재정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마냥 골프장의 수익성이 커 보인 것일까. '골프 대중화론'과 골프장 규제 완화에 힘을 얻어 골프장 건설 계획을 밝히고 있는 대학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비롯, 교육적 타당성에 앞서 대학까지 골프장 건설에 나서야 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현재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대학은 특수대학인 경찰대학 뿐이다. 전·현직 경찰공무원들과 재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이 골프장은 오는 12월 말까지 6홀에서 9홀 규모로 확장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대구대와 경북대는 신임 총장의 취임과 함께 장·단기 발전계획으로 의욕적인 추진의사를 보이고 있다. 

최근 대구대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외부자본을 유치해 1백20만여평의 교내 캠퍼스에 골프장을 비롯 호텔, 온천 등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달 11일에는 전국 70여개 건설업체 관계자 1백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테마형 캠퍼스 조성 사업을 위한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총 2천5백억 원을 들여 캠퍼스 개념 자체를 바꿔 문화와 레저,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휴양 및 문화레저 공간으로 변모시킬 계획으로 교내 30만여평 부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대구대 교수협의회(회장 김인숙 미술·디자인학부, 이하 교협)는 투자설명회 개최에 과한 공개질의서를 대학측에 보냈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학발전을 위한 대학본부의 고심의 산물인 것으로 이해하지만 심사숙고의 과정이 결여돼 있어 학내 구성원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법률적·경제적·교육적 타당성에 대해 지적했다.

교협은 "학교재산의 처분과 관리에 관한 사항은 재단이사회의 결의를 거치게 되어 있으나 '임시 이사회'에서 이사들의 심각한 우려의 발언만 남겼다"면서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학교재산에 피해를 입혔을 경우 업무상 배임에 관한 형사처벌, 손해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제기했다. 또 "골프장 건설이 과연 생태캠퍼스 조성이란 구호와 어울리는 것인가"라며 교육적 타당성에 대한 학내 토론의 과정을 거쳐 학내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숙 교협 회장은 "지방대의 생존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나온 발상이지만 대학교육과 경영논리가 본말이 뒤집어진 경우"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김달웅 경북대 총장은 자신이 총장 취임시 내놓은 임야와 경북대가 보유하고 있는 임야에 9홀 규모의 골프장을 지어 "학생들의 실습교육과 대학발전기금 모금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골프장 건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김아무개 경북대 교수는 "국립대 특별 회계법이 통과될 경우 자체 수익사업이 필요할 것이고, 정서에 맞는가는 두 번째 문제"라며 국립대의 안정적인 재정마련이 필요하다는 현실인식속에서 골프장 건설 계획도 전면 부정할 일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박아무개 교수도 "국립대 특별 회계법이 통과되면 국고지원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익금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국립대의 재단법인 군산대 발전기금 관계자는 "연습장을 하나 만드는데도 '발전기금으로 교육시설을 개선하지 않고 이런 곳에 쓰느냐'고 항의전화가 많았다"면서 "학생실습 목적 이상의 대규모 골프장 건설은 대규모 수익사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국립대가 관리하기에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골프장을 지을려면 수백억원이 드는데 그 정도 돈이면 교육시설에 투자하는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아직도 여전히 '골프는 사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대학에서 학생실습과 교직원 후생복지 차원 이상의 수익확대를 목표로 대규모 골프장 건설은 반대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밖에도 계명대를 포함한 몇몇 대학들이 골프장 건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수익사업과 학생실습교육용으로 '골프연습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들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학에서도 골프관련 교양과목이 개설되고, 평생교육원의 골프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체육학과내에 골프전공 개설이 느는데 따른 것이다.

재단법인 제주대 발전기금은 발전기금 수익증대를 주목적으로 15억 원을 들여 2층 60타석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완공, 지난 10월 8일 '제주대학 골프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체육과 실습교육과 교직원,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반인은 년 60만 원, 교직원·동문은 년 50만 원, 재학생은 년 40만 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충남대는 실습교육과 교직원 후생복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경우인데 부속기관인 체육부에서 관리·운영을 맡고 있다. 일반인·교직원은 골프공 85개가 들어있는 1박스에 2천 원, 학생은 1천 원을 내면 이용가능하다. 지난해 4천5백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나왔는데 골프장 개·보수와 주변 청소, 수리 등 운영비에 쓰고 있고, 오히려 운영비가 부족해 본부에 지원요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양대 안양캠퍼스는 1996년부터 골프연습장을 개장해 놓고 있으며 올초 기존 40타석에서 1만평 규모에 2층 88타석으로 시설개선과 증축공사를 마쳤다. 한양대는 지역주민은 물론 교직원들도 사회교육원에 마련된 60개의 골프강좌 프로그램에 따라 이용토록 하고 있다. 봄학기에는 24주코스 60만 원, 가을학기에는 16주 45만 원의 수강료를 받는데 평생교육원 운영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교육원 관계자는 "수익사업 목적 보다는 교직원 후생복지와 지역주민의 평생교육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다"면서 "9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 건설은 괜찮지 않냐"고 말했다.
현재 국립대는 서울대, 전북대, 충남대, 군산대, 목포대, 제주대 등이, 사립대는 한양대, 세명대, 홍익대, 성신여대, 중앙대 등이 골프연습장을 두고 있다. 대체로 평생교육시설이나 학생실습교육시설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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