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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수 포스텍 교수] 태양광으로 물질 만드는 ‘세포’ 닮은 촉매 나왔다
[이인수 포스텍 교수] 태양광으로 물질 만드는 ‘세포’ 닮은 촉매 나왔다
  • 장혜승
  • 승인 2020.05.21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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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교수의 방 15]

고갈 우려 없는 태양광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
향후 새로운 질병 진단이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태양광을 화학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해주면서 세포막 구조를 닮은 새로운 형태의 촉매제가 개발돼 학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45억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태양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존재다. 최근에는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태양이 보내오는 빛, 즉 태양광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태양광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척 다양한데,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태양광을 화학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해주는 촉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연구팀이 세포막 구조를 닮은 새로운 형태의 촉매제, ‘나노카탈로좀(Nanocatalosomes)’을 개발했다. 

POSTECH 화학과 이인수 교수·아미트 쿠마르(Amit Kumar) 박사 연구팀은 플라즈몬 이중층 구조를 가진 촉매제인 ‘나노카탈로좀’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태양광 유도 화학반응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를 통해 발표된 이 연구성과는 다양한 활용 가능성에서 관심을 모아 표지논문으로도 소개될 예정이다.

고갈의 우려가 없는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화학공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다양한 목적에 활용할 수 있으면서 효율성이 좋은 촉매제 개발을 위해 세포막의 이중층(二重層) 구조에 관심을 가졌다. 세포 및 대부분의 세포기관들은 이중층의 세포막구조로 둘러싸여 있다. 이 이중층 구조는 pH 농도를 조절하고 이온·분자 채널을 유지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촉매 반응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세포막 형태를 모방해 태양광을 이용해 화학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고효율 촉매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이중층 세포막 구조와 닮은 촉매인 ‘나노카탈로좀’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중층의 속 빈 금속껍질(shell)로 이루어진 나노카탈로좀은 금속껍질 이중층 사이에 형성된 수 나노미터(nm) 크기의 공간에서 태양광을 흡수, 화학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해 효율을 크게 높인다.

또한, 금(Au), 백금(Pt), 팔라듐(Pd) 등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촉매 금속을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촉매 반응에 도입하면서, 다양한 화학 반응에 적용할 수 있는 넓은 활용성을 가지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이인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수행하면서 힘들었던 점 중 하나로 “이번 연구는 무기물-기반의 나노입자를 설계·합성하고 다양한 물리적인 특성을 분석·규명하고 촉매의 유기반응 효율을 검증·해석하는 등 다양한 방법론을 필요로 하는 학제융합적인 성격을 지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7명의 서로 다른 전공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유기적인 공동연구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나노카탈라좀의 태양에너지 전환효율이 연구 시작단계에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었으며, 일반적으로는 높은 온도에서만 진행되는 다양한 유기반응들이 반응 용액의 온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환경에서도 효과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놀랍고 흥미로운 점이었다”고 덧붙였다.

나노카탈로좀은 수소와 같은 친환경 연료의 저장, 생산은 물론 의약품 등의 정밀 화학물질의 합성에 활용할 수 있으며,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환경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산공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또, 세포 내의 화학물질이나 화학반응을 실시간으로 이미지화하는 생체 이미징(imaging) 기법이나 세포 내 촉매 반응에 적용, 새로운 질병 진단이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이 교수는 나노카탈라좀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실시간으로 화학반응 진행 및 중간체들을 확인해 알려지지 않은 화학반응 메카니즘을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면서 “세포 내의 화학반응을 원거리 자극을 통해서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생체직교성(bioorthogonal) 촉매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향후 연구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인수 교수 약력>

LG 화학 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Univ. of California, Berkeley 초빙연구원

경희대학교 응용화학과 조교수/부교수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부교수/정교수

나노공간한정 화학반응 창의연구단 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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