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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의 국제화, 선도적 입지 확보의 기회
전문대학의 국제화, 선도적 입지 확보의 기회
  • 교수신문
  • 승인 2020.05.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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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근 (경복대학교 국제교육처장, 소프트웨어융합과 교수)

전문대학에서의 국제화는 학제나 대학 재정, 정부 지원 등 추진 여건상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다. 전문 학사 학위에 대한 국제적인 통용성 확보의 문제뿐 아니라 짧은 수업 연한으로 인해 해외로 진출시킬 학생에게 해외취업에 필요한 수준의 심도 있는 교육을 시키기 어려웠고, 국내에서 직업교육을 받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2년이라는 수학 기간에 비해 1년 내외의 어학과정 이수가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웠던 것도 그중 하나이다.

이러한 전문대학 국제화의 어려움은 3, 4년제 학과의 활성화, 전공심화과정의 운영을 통해 보완을 해나가면서 해외 취업반과 현지실습 학기제 도입 등 전문대학에 적합한 제도 도입을 병행하여 유학생 유치와 해외 진출 등 국제화의 주요 분야에서 전문대학의 새로운 입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국내 전문대학으로의 유학생 유치를 살펴보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특정국가에 집중된 단조로운 유학생 유치 구조, 개발도상국 학생 중심의 구성으로 인한 한국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미흡, 부족한 한국어 교육기반, 직업 진로의 불확실성 등 불완전한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전문대학만의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유학생 프로그램 기반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사업 구조는 대학의 재정 확충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균형 있는 대학 국제화를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복대학교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고 의미 있는 성과를 축적해가고 있다. 우선, 전문대학도 시야를 넓히면 직업교육 분야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유학생 유치에 나설 수 있는 확고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실제로 경복대학교의 경우 전체 21개국의 유학생 중 50%가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국가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고 중앙아시아 20% 동남아 10%, 중남미 10%, 중동 및 북아프리카 등 기타 국가 10% 내외로 유학생 유치를 하고 있다.

소수의 특정국가나 개도국 중심의 유학생 유치 범위를 과감하게 탈피했고 다수의 국가에서 한국의 직업교육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일반교육과 직업교육 트랙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복선제 교육체계 국가의 경우 대학 수준의 고등직업교육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상급학교 진학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 아예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거의 제공되지 않는 국가들도 있어 이러한 국가들을 주요 유치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교육과정상의 문제점만 해소한다면 전문대학들도 독자적인 유학생 유치와 직업교육 프로그램 수출을 추진할 수 있는 국가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간호 등 보건 의료분야의 실습 교육 시설 및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선진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에 올라 있어 OECD 국가 대학들로부터의 협력 의사 타진이나 단기 위탁 교육에 대한 문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대학에서는 투자가 미흡했던 한국어 교육에 있어서도 경복대학교는 그 기반을 완비한 후 유학생 유치를 시작하여 전체 대학 재학 유학생의 95%가 TOPIK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TOPIK 4급 이상 수준을 가진 학생도 60%를 넘고 있다. 단순한 기술 교육 수준을 넘어서 심화교육의 기본적인 틀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유학생들의 학업이해도가 크게 높아져 중도탈락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유치국가의 범위가 확대되고 한국어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전문대학의 유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과들도 호텔/관광뿐 아니라 항공서비스, 디자인, IT, 미용, 간호 및 보건 의료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출신 국가의 산업인력 수요에 맞는 전공을 학생 스스로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전공심화 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국내 취업 등 직업진로에 대한 준비도 빈틈없이 하는 유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상은 전문대학에서 흔히 있었던 교류대학 간 협력을 근간으로 한 학급 단위 단체 학생 유치 구조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학생들이 직접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고 전문대학을 찾아오는 ‘유학생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에 근접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SNS나 미디어를 통해 개방적이고 공개적인 유학생 유치 홍보를 진행하는 등 해외의 개별 학생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한데 힘입은 것이다. 
 

전문대학의 해외취업에 있어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대학에서 보건 의료 관련 학과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국내 보건 의료분야의 직업교육 수준이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IT, 호텔 외식서비스 분야와 함께 선진국 보건 의료 관련 병원 및 기업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자격증을 필요로 하고 해당 분야에서 요구하는 외국어 능력도 상당히 높으며 대학 입장에서도 별도반을 편성하여 장기간 지원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해외취업의 질을 한 단계 향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다수의 전문대학에서 치기공, 치위생, 물리치료 전공 학생을 유럽이나 호주에 취업시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경복대학교는 일본 최대 병원 그룹과 협약을 맺고 일본 간호사 취업반을 별도로 운영하여 매년 간호학과 졸업생을 일본 병원에 국제간호사로 취업시키고 있다. 입학 시기부터 집중적인 언어교육과 함께 대부분의 수업을 외국어로 진행하는 등 4년간에 걸쳐 철저하게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즉, 국내 취업에 대한 대체 취업처가 아니라 목표와 계획에 의거하여 해외취업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작년부터는 해외 병원 실습 이외에 글로벌 현장학습사업과 연계하여 해외취업에 대한 적응성을 높이고 있고 작업치료과 등 타 보건의료 학과로도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코로나 감염사태와 관련하여 국내 보건의료 산업에 대한 해외에서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문대 졸업생들의 해외 진출은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전문대학의 국제화는 국내 유입과 해외 진출 양면에서 직업교육에 특화된 전략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전문대학의 노력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해진다면 뚜렷한 선도국가가 부각되지 않고 있는 국제 고등직업교육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해외 고등직업교육기관들과의 협의체 또는 협력조직 구성 및 운영 지원,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대학들과의 학생 교류 확대 프로그램 지원, 해외 캠퍼스 설립 및 운영에 대한 유연성 부여 등은 해외 고등직업교육시장에서의 기회와 국내 입학생 수 감소로 인한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는 전문대학들에게 정부가 대학의 국제화를 넘어 고등직업교육의 선도적 입지 확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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