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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정보화 양적 발전..."'교육'중점 맞춰야"
행정정보화 양적 발전..."'교육'중점 맞춰야"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3.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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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대학정보화 현황과 과제

초고속 전산망, 무선랜, 모바일 캠퍼스. 이제 대학가에서도 낯설지 않게 자주 접하게 되는 IT 용어 들이다. 10년새 대학가의 정보환경도 IT산업이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으로 떠오른 만큼이나 급격한 발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학정보화의 혜택이 대학본래의 목적과 기능에 부합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새로운 대학문화의 창출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살펴볼 일이다.

대학정보화는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대학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행정정보화,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육정보화, 그리고 대학의 연구 및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도서관 정보화 및 정보인프라 구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행정정보화 업그레이드 주력
지금까지 대학정보화의 변천사는 행정정보화가 중심이었다. 학적·성적관리 등 단순 반복적인 행정업무에 대한 전산화 작업은 보편화 추세에 있고, 웹을 통한 행정서비스 제공 수준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교무·재무·회계·물품관리 업무의 정보화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였고, 행정업무의 통합정보시스템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18일 교육부 주최의 대학정보화 관련 심포지엄에서 '대학정보화 현황' 발표를 맡은 박명순 고려대 정보전산처장(컴퓨터학과)은 "대부분의 대학들에서 일반·학사·연구행정 부분의 정보화가 많이 이루어져 있다"며 "향후 무선랜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고 각 부서간의 업무가 통합관리될 때 활용정도가 높다"고 밝혔다. 대학정보화 현황 자료에 따르면 증명서 발급관리 전산화(89%)와 연구실적 정보 관리(78%), 연구비 관리 (65%) 등은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대학내 전자결재 시행 비율은 국립대(74%)를 제외한 사립대, 산업대, 교육대, 전문대 등은 30%이하였다.

양적발전했지만 효율성 떨어져
그러나 대학정보화가 양적으로 발전했음에도 효율적인 정보화 관리 지침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준 서울여대 교수(정보통신공학부)는 교수, 교직원, 학생, 졸업생, 일반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용자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접근경로로 인해 웹을 통한 네트워킹의 위험성이 높고, 해킹 위험 증대 등 체계적인 보안사고 대응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 교수는 또 "정보보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증대와 정보공개 수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며 효율성에 대한 요구도 증대되고 표준 OS 필요성 등 교육·행정 정보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교수 연구실, 초중등수준에 못미쳐
지난해 6월 교육부의 대학정보화종합계획 수립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김준형 경희대 사이버대 학장(교육대학원)은 전국 43개 대학 및 전문대학에서 1천3백여명의 교수와 43명의 정보화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대학교수의 연구실 중 82.4%만이 컴퓨터와 인터넷이 전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둘다 설치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16.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지난 1997년부터 2000년말까지 정부가 초·중등 교육정보화에 집중투자한 결과, 초·중·고 22만여 교실에 인터넷이 연결됐다. 대학교수 연구실의 정보 인프라 수준이 초·중·고 수준에도 못미치는 수준인 것이다.

또 대학의 65.1%가 거의 모든 강의실에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고, 멀티미디어 강의실 등 특별 강의실에만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경우는 18.6%였으며, 공과대학 등 이학계열 강의실의 일부만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경우는 9.3%였다.

전문인력 충원 활성화 선결과제
그렇다면 대학정보화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는 무엇인가. 김 학장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문인력충원(30.8%)과 제도개선(25.6%)을 꼽았고 행정직원의 인식변화(23.1%), 예산확보(18.6%) 순이었다. 전문인력충원을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지적한 것은 대학행정정보화 담당조직의 위상과 규모가 낮아 대학정보화 활성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학장은 대학정보화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보화담당자 또는 조직의 일방적인 추진 또는 하향식 정보화 추진 방식보다는 대학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혀 지속적인 정보화 교육이 필요함을 제기했다.
또 정보활용교육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 교수들은 시설 확충과 함께 강의 컨텐츠 제작 대행기관의 설치를 통해 정보활용교육을 위해 발생하는 업무 부담의 경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본업인 '교육'잊지 말아야"
한편, 대학정보화는 행정정보화에서 교육정보화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출됐다. 김준형 학장은 공급자 위주의 대학정보화시스템 구축에서 교수 등 수요자 주도형의 대학정보화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김 학장은 "각 학과별, 전공별로 교수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스튜디오 강의실, e-강의실 등 실제 수업시간에 교수들이 IT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의과대에서 수술장면을 촬영해 동영상으로 컨텐츠를 제작한다든가, 경영계열의 경우 수업장면을 촬영해 직장인 등에게 제공하는 식이다. 교육정보화는 단지 정보통신기술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차원보다 대학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도 함께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혜옥 미국 켈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대학본래의 존재 목적인 '교육'에 초점을 맞춘 정보화 사업이 성공한다"며 "재래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고 폭 넓은 교육체제를 제공하면 절호의 도약의 기회로 포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보화의 거센 물결에 대학이 그냥 휩쓸려만 가지 말고 대학의 본업인 '교육'의 목적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대학정보화가 교육과 연구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미국 프린스톤대학의 스탠리 카츠교수의 주장도 전했다. 카츠교수는 아울러 대학정보화를 뒷받침하는 정책 수립이 급선무이며 대학경영진의 정보책임관의 역할 정립도 제안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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