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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페미니즘
불혹의 페미니즘
  • 조재근
  • 승인 2020.05.19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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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페미니즘
불혹의 페미니즘

 

우에노 지즈코 지음 | 정경진 옮김 | 스핑크스 | 356쪽

페미니즘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우에노 지즈코의 거침없는 리얼타임 보고서. 20대에 우먼리브(women’s liberation) 운동을 겪고 페미니즘에 입문 후, 싸움을 걸어오면 피하지 않고 상대한다는 우에노 지즈코. 저자의 20대부터 60대까지의 40년 세월은 일본 페미니즘의 40년 역사와 포개진다. 그의 발언은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물의를 일으켰지만, 그 배경에는 그의 솔직한 생각과 여자가 여자인 채로 해방을 꿈꾸는 페미니즘 사상이 있었다. 저자는 우먼리브와 페미니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그 움직임을 일으키고 이끄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언론에 발표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니만큼 당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페미니즘이 무엇과 싸워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에 실패했는지를 검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되는 그의 글들이 나라와 시대와 문화가 달라 문제의 지점과 해결 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역시 여전히 교육이나 직장에서 여성 차별 문제, 성 인지 감수성 문제, 학내 성폭력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어 우리는 그의 글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연대는 국경과 세대를 넘어 호소한다. 서로 아지트에서 벗어나, 분야를 넘어, 지역을 넘어, 세대를 넘어 연대를 만들자고 저자는 호소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2019년도 도쿄대학교 입학식 축사를 특별 수록했다.

이 책은 그러한 페미니즘에 대해 이따금 발표했던 일종의 ‘시국 발언집’이라 할 수 있다. 기간은 1980년부터 2009년에 이른다(2019년도 도쿄대학교 입학식 축사 특별 수록). 매체는 소수 집단 대상의 출판물부터 사외보, 홍보지, 신문, 잡지 등 여러 방면에 걸친다. 실시간으로 쓴 것도 있고, 회고나 회상 형식으로 쓴 것도 있다. 학술 논문이 아니라, 동료나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쓴 편안한 문체의 글을 주로 수록해서 가독성을 높였다. 주제를 담은 짧은 글이니만큼 그 문제의식은 명료하고 강렬하다.

페미니즘은 남자와 똑같은 룰 위에서 여자에게도 경쟁에 참가할 권리를 달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룰 그 자체를 바꾸라고, 기존 사회에 날카롭게 ‘노’를 외쳐왔다. 저자는 페미니즘이 필요 없어지는 사회를 목표로 해왔지만, 그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한다. 페미니즘이 필요 없어지는 사회란 여자가 남자와 동등하게 강자가 되는 사회가 아니다. 약자가 약자인 채로 존중받는 사회, 그런 사회를 바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이 무엇과 싸워서 무엇을 얻었고, 무엇에 실패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저자의 예측에서 무엇이 맞았고 무엇이 빗나갔으며, 어떻게 일관성이 있었고 또 변해왔는지도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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