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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게를 열기 전에 알아야 할 브랜드 심리학
내 가게를 열기 전에 알아야 할 브랜드 심리학
  • 조재근
  • 승인 2020.05.19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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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게를 열기 전에 알아야 할 브랜드 심리학
내 가게를 열기 전에 알아야 할 브랜드 심리학

 

지상현 지음 | 다돌책방 | 184쪽

이 책은 모든 것이 막막할, 처음으로 창업한 청년 자영업자를 위한 기획이었다. 그런데 편집을 마무리해갈 즈음 코로나19가 한국을 덮쳤다. 이런 시국에 창업하는 청년 자영업자를 위한 책을 내야 할까? 고민 끝에 책을 그대로 인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덕분에 거의 모든 자영업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청년 자영업자와 비슷한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노하우를 써먹을 길이 없다.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도 내보내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처지다. 손님이 끊어진 터라 매출은 줄고 시간만 넉넉해졌다.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청년 자영업자의 불안도 다시 찾아왔다. 이 책은 청년 창업자와 비슷한 처지가 된 모든 자영업자에게 전하는 짧고 쉬운 컨설팅이다. 모두가 다시 바쁘게 장사할 수 있는 날을 위해서 말이다.

빠르게 읽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보급형 인지심리학 기반 브랜딩’ 기법.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자영업자, 이제 막 창업한 초보 자영업자, 이런 저런 위기를 맞이한 걱정스러운 자영업자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꼭 필요한 만큼 전달한다.

청년 창업자와 청년 창업자의 처지가 된 모든 자영업자에게 르네상스적 인간이 건네는 컨설팅은 ‘보급형 인지심리학’이다. 인지심리학을 이용한 브랜딩은 이미 쓰이고 있다. 단 대기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자원이 많은 사업자들이 주로 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광고나 홍보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상현은 개념을 해설하고 원리는 이용하되, 청년 자영업자도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을 정도로 핵심만 추린 ‘저비용 실속 보급형 전략’들을 제안한다.

180여 쪽 남짓의 분량에 담긴 보급형 전략들은 다양하다. 차별화 시장, 감성화 시장(프리미엄 시장, 패션화 시장), 개성화 시장의 개념과 차이를 정의하고, 자영업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각의 시장에서 어떤 브랜딩을 하면 좋은지 안내한다. FCB 그리드를 이용해 목표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자영업자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 전략을 수정하는 방법도 설명해준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의 원형(Archetype) 이론도 나온다. 문화적 원형, 집단적 원형, 개인적 원형이 어떻게 구성되며, 각 원형을 브랜딩에 이용하는 아이덴티티 기법에 대한 팁도 있다. 사람의 성격을 대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성하는 법도 포함시켰다. 착각적 상관, 시인성을 높이기 위한 색채 기법과 눈의 메커니즘, 시인성을 높이기 위한 뇌과학, 인간의 여섯 가지 기억처럼 본격적인 인지심리학을 이용하는 방법도 빠뜨리지 않았다.

책이 이렇게 많은 주제를 다루는 이유는, 아무리 작은 자영업이라고 하더라도 브랜딩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모든 것에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상현은 말한다. 브랜딩은 소비자의 눈에 들려는 작업이다. 소비자는 수많은 브랜드들에 둘러싸여 있다. 소비자가 내 브랜드에 무관심한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무심하기만 한 소비자의 마음 한구석에 작은 자리라도 차지하고 들어앉으려면, 소비자의 의식과 무의식은 물론 건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건드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다루되 꼭 필요한 것만, 실제로 쓸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본문 중간에 나오는 아홉 번의 <심리학으로 브랜드 생각하기>는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팁이고, 책 맨 뒤에 붙은 <내 가게 브랜딩을 위해 기억할 사소한 10가지>는 정말 필요한 것들만 요약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바쁜 사람들이 허락할 수 있는 독서 시간은 30분 정도일 것이다. 180여 쪽 남짓의 분량과 반복되는 요약정리의 기준은 독서로 허락받을 수 있는 30분의 시간이다.

이 책은 지상현이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옮긴 것이다. 강의실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입장은 난감했다. 취업은 어렵고, 갈 수 있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이며,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주어지는 일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연결하기 힘든 것들이다. 그래서 창업으로 내몰리도 한다. 그런데 말이 좋아 청년 창업이지 탱크와 미사일로 가득 찬 전쟁터에 총 한 자루를 들고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학생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지상현은 심리학을 이용한 브랜드 디자인 수업을 열었다. 총 한 자루만 들고 있는 이에게, 지도를 한 장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였다. 그렇게 수업을 진행했고, 강의한 내용을 다듬어 필드 매뉴얼(field manual)을 만들었다.

지상현은 청년의 마음에 상처만 남기는 훈계를, 받는 사람보다는 하는 사람에게 효용이 있는 위로와 힐링을,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공약(公約)을 하지 않는다. 비록 작을지언정, 진정으로 당장 도움이 될 것들을,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기를 바라며 준비해두었다. 홍수가 마을을 덮치지 않도록 불어난 물이 잠깐 머물 수 있는 유수지(遊水池)를 만들 듯, 이 책이 청년에게 닥친 ‘일과 업’의 문제 앞에서 차분하게 어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수지 같은 물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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