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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의 성장과 미국의 대한선전
한국 방송의 성장과 미국의 대한선전
  • 조재근
  • 승인 2020.05.19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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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의 성장과 미국의 대한선전
한국 방송의 성장과 미국의 대한선전

 

장영민 지음 | 선인 | 672쪽

1945년부터 약 20년에 걸친 한국 방송의 성장 역사를 살펴본 ‘한국 방송의 성장과 미국의 대한선전’이 도서출판 선인에서 출간되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이 대중매체로 발전해 나가던 경과를 실증적으로 고찰하며, 미국정부가 한국 방송을 지원하고 통제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 동안 학계에서 발표된 언론매체의 역사는 주로 신문에 국한되었으며, 1977년 ‘한국방송사’가 간행된 이래 종합적인 방송사 저서는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연구자는 물론 언론계 종사자와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한층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하였고, 전혀 새로운 사실을 다수 찾아내어 제시하였다. 이에 자극을 받아 방송 개시 100주년이 되는 2027년을 앞두고 많은 저술이 쏟아질 것 같다. 저자는 미국의 대한선전정책과 미국의 소리(VOA) 한국어방송 관련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였으므로, 주제를 깊게 이해한 바탕 위에 사실을 꼼꼼히 실증할 수 있었다. 한국사 전공자로서 실증과 객관을 중시하는 연구방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정부문서를 주로 이용하여 600쪽이 훨씬 넘는 분량으로 한국 방송사의 중요 부분을 집필하였다는 것은 미국의 영향 아래 전개된 우리 현대사의 특질을 잘 보여준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미군정기부터 1960년대 전반까지 방송사의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 그중에서 첫 장은 전체 분량의 30%를 차지할 만큼, 미군정의 방송관리를 비롯해서 방송설비, 편성과 프로그램, 청취에 이르기까지 한국 방송의 토대 형성을 자세히 서술하였다. 전쟁이 일어나자, 유엔군사령부 심리전국이 방송주권을 무시하고 KBS를 철저히 통제하며 심리전 방송 네트워크의 하나로 운영하였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전후에 송신시설 등 방송설비가 확충된 경위와 미국 원조기관의 기술지원을 기술하였고, 언론의 독립성이란 관점에서 국영 KBS의 방송과 민영방송사의 설립을 비판적으로 접근하였다. 최초의 국산 라디오는 금성사가 아니라 천우사가 제작하여 판매하였다는 사실을 미국정부문서로 확실히 밝혔다. 코카드 텔레비전 방송국은 최초 텔레비전 방송이었음에도, 화재로 자체 자료를 거의 남기지 못한 까닭에 알기 어려웠던 설립과 개국, 경영, 방송에 관해서도 적지 않은 분량으로 서술하였다. 마지막 장에서는 미국공보원의 보고서를 이용하여 한국 방송을 이용한 미국의 대한선전을 여러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저자가 이 책 전체의 결론을 명시한 부분은 없지만, 해방 후 20년 동안 한국 방송은 물적 기술적으로 발전하였으나, 한국 정부와 미국정부의 방송정책 때문에 언론으로서 독립성과 공공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였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성과와 한계는 현재 우리 방송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방송사 연구로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방송을 통해서 미국의 선전과 문화전파 등이 어떻게 전개되었고, 그 결과와 영향이 무엇인지 사실을 더욱 자세히 밝히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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