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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문화 칼럼]카메라 렌즈 속으로 들어간 미술관
[김희철의 문화 칼럼]카메라 렌즈 속으로 들어간 미술관
  • 교수신문
  • 승인 2020.05.1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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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 온라인 전시 리뷰

근대부터 오늘날까지 한국 대표 작품 50점
최근 유머와 상상력 돋보이는 작품 많아져
거리두기 관람으로 홈페이지 예약 필수

초·중·고등학교의 대면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임시 폐관해야 했던 미술관, 도서관 등도 다시 문을 열려고 하는 분위기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서울 중심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나온 것이다. 치료제가 나온 것도 아니고 한국만 방역을 잘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쉽게 긴장의 끈을 쉽게 놓아버릴 수가 없다. 필자도 간만에 전시장 관람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전시를 감상하고 이 리뷰를 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연구관 박미화님의 해설로 진행되는 이 전시에서는 근대 시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우리나라 대표 작품으로 선정된 50점을 볼 수 있다. 1부. 개항에서 해방까지, 2부. 정체성의 모색, 3부. 세계와 함께, 4부. 다원화와 글로벌리즘 총 4개의 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한국의 첫 서양화가인 고희동의 1915년작 <부채를 든 자화상>부터 설치미술가 이불의 1999년작 <사이보그 W5>까지 엄청난 일들이 있었던 20세기 100년 동안 한국의 미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희동 작, <부채를 든 자화상>(1915), 61 × 46cm

한국의 첫 서양화가로 알려진 고희동은 원래 궁중 내 프랑스어 통역과 문서 번역을 하던 관리였다. 그런데 1905년 일제가 을사보호조약으로 국권을 강탈하자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그림을 시작했다. 당시의 화단은 중국의 화보를 따라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고희동은 궁에서 접촉했던 외국인들을 통해 서양의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일본의 동경미술학교 양화과에 입학하여 서양화를 제대로 배우게 되었고 5년의 유학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와 신미술 운동을 전개한다. 고희동 자신이 가슴을 풀어헤치고 부채를 들고 화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등록문화제 제487호로 지정되어 있다. 

박수근의 1960년작 <할아버지와 손자>, 이중섭의 드로잉 작품 <세 사람>처럼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들뿐만 아니라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들이 남긴 작품들(김환기의 1938년작 <론도> 등)도 선보이고 있다. 80년대로 넘어오게 되면 신학철의 1989년작 <한국근대사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임옥상의 1981년작 <들불> 등의 민중미술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시대의 고통과 저항으로서의 미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황지 330>이라는 작품을 그린 황재형 작가는 ‘광부 작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민중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강원도 황지라는 탄광촌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3년 동안 실제로 광부가 되어 탄가루와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었다. <황지 330>은 탄광이 무너져 죽은 동료 김봉춘의 작업복 명찰 숫자를 의미한다. 

황재형 작, <황지330>(1981), 176 × 130cm

최근에는 유머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드는 작가들도 많아졌다. 주재환 작가의 <알파별 외계인이 내 그림 뒤에 남긴 방명록>(2010)은 지구에 온 외계인이 자신의 작품을 보러 와서 캔버스 뒷면 말풍선 안에 수식을 남겼다는 상상을 형상화했다. 서도호 작가는 <바닥>이라는 작품을 통해 익명의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이 섞인 군중이 유리로 된 판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구현했다. 각각은 힘이 없을 수 있지만 이들이 모여 힘을 합치면 엄청난 일을 이뤄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내년 4월 25일까지 서울 1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상설전이다. 관람료는 무료지만 당분간 ‘거리두기 관람’을 위해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온라인 감상으로는 수박 겉핥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조만간 직접 두 눈으로 보러 가야겠다. 

김희철
<잠깐 운전하고 오겠습니다> 저자, 서일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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