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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어느 노동자 화가가 꿈꾼 세상(6)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어느 노동자 화가가 꿈꾼 세상(6)
  • 교수신문
  • 승인 2020.05.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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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박홍규 명예교수(좌)와 최재목 교수(우)
영남대학교 박홍규 명예교수(좌)와 최재목 교수(우)

 

<5편에 이어>

: 빈센트는 아를을 화가들의 유토피아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서 자기가 아는 젊은 화가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를에 오니 물가도 싸고 일 년 내내 따뜻하고 해안의 풍경도 강렬하기 때문에, 여기 와서 같이 열심히 그림을 그리자고. 근데, 아무도 오질 않고 이제 고갱만이 혼자 와요.

폴 고갱은 그 당시에 프랑스 북부지방에서 그림을 혼자 그리고 있었는데 역시 외롭기도 하고 또 경제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는 빈센트가 테오로부터 매달 생활비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는 그것을 같이 나눠 먹으려고 오는데, 사실 빈센트하고 고갱은 서로 많이 달랐습니다. 고갱은 한마디로 남성적이고 빈센트는 여성적인 사람이죠. 고갱은 잔소리도 심하고 단속도 심하고 잘난 체하는데 빈센트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고갱이 계속 단속도 하고 뭐 윽박지르기도 하고 자기 멋대로 사니까 빈센트는 그와 좀 생각이 달랐던 거죠. 같이 생활한지 두 달쯤 되었을 때 빈센트가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데, 고갱이 평소와 같이 핀잔을 줬어요. “이 귀가 무슨 귀냐, 하나도 안 닮았다.” 이러고 고갱이 나가버렸어요. 이게 크리스마스 전 날이었죠 . 그 말 자체기 기분 나빴던 겁니다. 그래서 자신이 그린 귀 그림과 거울을 가져와서 자기 귀를 비교해봅니다. 자기는 열심히 그린다고 그렸는데 고갱이 그 소리를 하니 그 귀를 자르고 그것을 싸서 달려가 침대에 자고 있는 고갱에게 던졌다…느니. 뭐 이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사실 이 귀사건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뭐 펜싱을 잘하던 고갱이 잘랐다느니, 귀가 전부가 잘렸느냐 귓불만 잘랐느냐 등등. 아무튼 귀가 잘리고 나서 빈센트는 이제 정신병자 취급을 받죠.

: 이제 곧 빈센트가 돌아가시기 직전입니다. 1889년 36세. 우리나라로 치면 37세인데, 이 정도에서 바로 ‘밀밭’으로 넘어갈까 합니다.

: 예. 빈센트는 밀밭을 많이 그렸죠.

: 우리에겐 친숙한 풍경이기도 하죠. 밀밭이라는 게. 9월 5일 편지인가요? 화면의 글은.

: 예

: 이 때는 빈센트가 밀레를 묘사하던 시기인 것 같아요.  <씨 뿌리는 사람>이라는 밀레 그림 묘사가 나오고 그렇죠?

: 예 사실 이 밀밭 그림이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 밀알이 성서의 이야기도 하고 또 삶과 죽음에 대한 알레고리를 나타내기도 하죠. 다음으로 1889년의 그림, 죽기 전의.

: 예 이게 밀밭 위를 나는 까마귀라고 하는 작품인데 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그림을 그리고 밀밭에서 자살했다, 이게 빈센트의 삶의 마지막 이야기로 얘기 되었는데, 사실 이게 마지막 그림이 아닙니다. 또한 까마귀는 우리가 우리들의 관습으로 알고 있는 불길한 죽음을 상징하는 새가 아닙니다. 서양에서 까마귀는 우리나라에서 까치와 같은 새에요. 길조에요 흉조가 아니라. 이 그림을 흉측하게 생각해선 안 됩니다. 이 그림은 빈센트의 마지막 걸작 중의 하나입니다. 그의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빈센트가 평생을 그렇게 절망 속에서 살다가 마지막 희망을 담아 그린 그림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마지막 그림은 뒤에 나올 겁니다.

 
: 1890년, 빈세트가 죽는 해죠?
: 예. 오베르 교회고. 바로 공동묘지 뒤에 있죠. 이게 마지막! 사실상 마지막 그림이죠. 이것이 그 당시 빈세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오베르에 있는 샤바느라는 빈세트 앞에 살았던 화가의 집인데 이 화가의 집을 중심으로 ‘화가들이 모여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곳이에요.
: 그렇게 보면, 빈센트는 예술가 공동체의 유용성도 알고 있었던 셈인데, 그가 과연 이런 공동체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 기대했던 공동체가 사라져버린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희망을 버렸지 않나…. 그게 자살한 동기일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 편지 한 대목을 읽어보겠습니다. “그래서 너는 인상파를 위한 화상들이 연대하겠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거야.” 저는 마지막에 이걸 읽으며 조금 희망과 절망이 오버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진은 오베르 교회 뒤 공동묘지에 빈센트와 테오가 나란히 묻힌 무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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