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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의 동서남북 뮤직톡]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지혜
[김형준의 동서남북 뮤직톡]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지혜
  • 교수신문
  • 승인 2020.05.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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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극복

베토벤, 개인의 불행한 삶 인류사적으로 승화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자신만의 시간 확보
개인의 작은 노력 모여 우리 사회 한 단계 진화

코로나19 사태는 발생한지 불과 몇 달 남짓한 기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휩쓸고 있으며 각국마다 필사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어떻게 진전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수년 내에 백신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바이러스는 변종을 일으켜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완전히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한다. 따라서 이를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이라 생각하고 적응해 나가며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지혜롭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한 심리학자는 개인의 동기부여를 첫째, 결핍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소극적인 동기와 둘째, 자아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동기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속성상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 극복하면 원상 회복이므로 결핍된 욕구 충족에 속한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극복하는 방안은 ‘코로나19 사태가 어차피 ‘주어진 상황(context)’이라면 자아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동기를 찾아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지난번에 소개한 클라라 슈만이 엄청난 개인의 불행을 승화시켜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도 그녀가 적극적인 동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불행한 삶을 인류사적으로 승화시킨 사례로 베토벤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음악가로서 청각장애를 가진다는 것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인데다 자신에게 삶의 위안이 되리라고 믿었던 조카와의 관계마저도 평생 번민을 가져다주었다. 베토벤은 청각장애로 지인들과의  대화가 불편하여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주로 산책을 많이 하였다. ‘자가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그는 산책을 하면서 6번 교향곡 (전원 교향곡)을 구상하였다. 곡 중간에 새소리를 묘사하는 부분도 나온다.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는데 6번 전원 교향곡은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전원을 산책하며 떠오르는 많은 감동을 음악으로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작곡이란 적극적 동기를 실천함으로써 개인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날 전 세계 숱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곡을 만들었다. 각종 음악회에서 베토벤 곡을 빠뜨리지 않는 이유는 청중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음악 형식 중에서 교향곡은 많은 사람의 연주자와 관리인들이 동원되므로 전문 오케스트라 악단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교향곡은 수준 높은 지휘자 및 연주자들이 모여 각고의 노력 끝에 무대에 오르게 된다. 베토벤은 30세에 1번 교향곡을 작곡한 이래 약 10여 년간 8개의 교향곡을 작곡한다. 베토벤 교향곡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9번 교향곡(합창교향곡)은 8번 교향곡 작곡 후에 무려 다시 10여년이 지난 다음에 완성하는데 이를 통해 베토벤이 9번 교향곡에 얼마나 많은 애착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여 작곡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교향곡은 네 개 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다양한 악기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로 연주를 하는데 베토벤은 9번 교향곡 4악장에 합창을 최초로 집어넣었다. 기본 형식을 중시하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다. 이는 베토벤이 평생 추구하던 이상향을 언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믿는다. 가사는 쉴러의 시 ‘환희에 부쳐’에서 가져왔고 인류의 평화와 공존의 염원을 담고 있으며 일부를 의역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벗들이여,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자! 
환희의 힘은 엄한 현실이 갈라놓은 자들을 다시 결합시킨다.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노라.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진실한 우정을 얻은 자여, 다 함께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세상 모든 존재는 자연의 가슴으로 환희를 맞이하고,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환희의 장미꽃 핀 오솔길을 걷는다. 
환희는 입맞춤과 포도주, 그리고 죽음조차 앗아 갈수 없는 친구를 준다.환희여, 태양이 무한한 하늘의 궤도를 나르듯이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달려라. 
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이, 만민이여, 서로를 껴안으라. 
주님 계시는 별의 저편에서 창조주를 찾아라!” 

코로나19 사태의 대책은 최종적으로 개인 단위로 귀결된다. 최근 이태원 사태도 밀집 공간 참석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설마라는 생각을 버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밀집 공간 피하기 등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만이 자신과 사회를 지킨다. 질서를 지키는 것이 이만큼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교통질서를 지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우리도 클라라 슈만이나 베토벤처럼 평생 이루고 싶은 명제를 찾아보자. 개인의 작은 노력이 모여 사회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형준 경영&뮤직컨설턴트
김형준 경영&뮤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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