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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역할 고민 않는 인문학, 존재 이유 없다”
“사회적 역할 고민 않는 인문학, 존재 이유 없다”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12.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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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인문학학술대회 열려

인문학 위기론을 지나온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론을 들고 '위기극복'의 지혜를 모색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전국인문학연구소협의회(최장 유초하 충북대 교수)가 ‘사회 속의 인문학’을 주제로 개최한 제 7회 인문학 학술대회는 인문학 안팎의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인문학이 사회적 역할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사회로부터 그 존재 이유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라는 유초하 교수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번 행사의 관심은 사회와 새로운 '관계맺기'를 설정하는데 있었다.  학부제 폐지, 전공할당제 실시 등을 주장하면서, 인문학 관련 연구인력 유지 방안을 고민했던 기존 입장에 '사회적 요구'수용이라는 '변화'를 가미한 것이다.

이태수 서울대 교수(철학)는 ‘인문정신과 사회이념’이라는 발표에서 한국 인문학이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분석했다. 20세기 초 일제 식민지 지배에 의한 인문학 전통의 단절에서부터, 자유로운 인문정신을 속박하는 기제로 작용한 전쟁과 분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인문학자들은 계속 ‘아웃사이더’의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을 안온하게 여겨왔다”라는 지적이다. 

이에 논의는 학문내부와 외부의 역할 고민으로 이어졌다. 강성호 순천대 교수(사학)는 발표문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상호개방’과 재구조화’을 통해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인문학을 현재의 역사현실과 연관시키려 했던 에드워드 사이드의 방법론과 홉스봄의 ‘전체사회사’, ‘사회과학 재구조화를 위한 골벤키안 위원회’ 등이 그 예이다. 그는 “인문학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학문”이라며, 사회과학과 적극 협력하려는 열린 자세를 주문했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정책과정에서 있어서 인문학적 요소’라는 발제문에서 사회과학분야 전반에 걸쳐 발표된 1천2백28개의 논문을 분석해 사회과학에서 다뤄진 인문학적 가치의 비중을 실증적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인문학 전공자들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제안도 제시됐다. 박경하 중앙대 교수(사학)와 이석희 인문사회연구회 사무국장은 ‘인문학의 사회적 실현’이라는 발표에서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지식생산-문화활동에서의 인문인력 참여 권장 △문화유산해설사, 철학컨설턴트 등 인문학적 지식 활용이 요구되는 직종 개발 △비정부기구의 인문학적 시민교육 강화 등이 그 예이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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