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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본 역주 사민필지
한문본 역주 사민필지
  • 조재근
  • 승인 2020.05.1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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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본 역주 사민필지
한문본 역주 사민필지

 

백남규 , 이명상 지음 | 김형태 , 고석주 옮김 | 소명출판 | 331쪽

한문본의 번역에 사용한 저본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士民必知』(청구기호: 한古朝60-1) 2권 1책이다. 이 텍스트는 고활자본(古活字本, 印書體字木活字)이고, 모두 71장이며, 면당 10행, 행당 20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한문본은 일본 동경대학 오구라[小倉]문고에 2권 1책의 목활자본 텍스트(청구기호: L175074)가 있다. 한문본은 번역문과 원문을 비교하기 쉽게 수록하였으며, 말미에 원문을 함께 수록하여 대조에 편리하게 하였다.
한문본 『사민필지』가 지닌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양의 백과사전인 유서類書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각국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보충하여 해당 국가의 흥망성쇠를 서술함으로써 한글본을 보완하였으며, 이를 통해 기사본말체 한문 유서를 완성하려 했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각 국가별 설명의 말미에 유서에서 볼 수 있는 작가의 평설評說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과 각국의 특산품이나 수출입 품목에 대한 물명 정리가 매우 자세한데, 이 또한 유서류의 물명 정리와 일맥상통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둘째, 철저한 항목별 분류 체계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사민필지』는 동양 유서의 전통적 분류 체계를 따르고 있다. 예컨대, ‘지구’부터 ‘천문’까지 한글본에는 누락된 대항목과 소항목이 한문본에는 일일이 첨부되어 있다. 따라서 한문본은 동북아시아의 대표적 유서의 하나인 『삼재도회三才圖會』처럼 천지인天地人의 순서로 그 항목 및 체계를 보완하여 동아시아의 전통적 유서 분류 체계를 따르려는 시도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항목별로 일관된 축약적 서술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민필지』 한문본은 축약이 가능하다는 한문이 지닌 고유한 문자 특성에 따라 분량이 지나치게 많은 한글본을 대폭 축약한 판본으로 볼 수 있다. 즉, 각 항목의 소주제 별로 단락을 나누지 않고, 한 국가에 대한 기술을 한 단락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항목별 서술은 전통적 한문 유서류 글쓰기의 특성이며, 그 형식상 특성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한문본은 두 사람이 번역·저술한 만큼 간혹 문체와 사용 어휘가 다르고, 이 당시에 유행하던 백화체白話體 어휘가 많이 사용되었으며, 동시대 중국의 지리서가 그리스나 로마(이탈리아)로 시작하는 데 비해 러시아부터 시작하는 것이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여러 내용을 종합할 때, 한글본을 한문본으로 번역해 출간한 근본적 이유는 지식의 확장과 보급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즉, 한문본 『사민필지』는 보다 고급화된 지식을 전달하던 좋은 전례인 유서 편찬의 전통을, 아직 그 지위를 유지하던 동아시아 보편 문자인 한자를 활용해 새롭게 탄생시킨 저술이라고 하겠다. 이는 신문물의 영향이 지대하던 근대계몽기에 좋은 전통으로의 회귀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문화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문본 『사민필지』는 근대 지리 지식이라는 새로운 내용에 역사 요소를 포함시켜 동양의 전통적 형식에 담아낸 독특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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